먼. 산. 바. 라. 기.
사기[59] 본문
이리(李離)는 진나라 문공의 옥관이었다. 그는 판결을 잘못하여 사람을 죽이게 되었으므로 스스로 옥에 갇혀 처형되려고 했다. 문공이 말했다.
"벼슬에는 귀하고 천함이 있고, 벌에는 가볍고 무거움이 있소. 하급 관리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그대의 죄는 아니오."
이리가 말했다.
"신은 장으로서 관직에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하급 관리에게 자리를 양보한 일도 없고, 또 많은 봉록을 받았지만 하급 관리에게 그 이익을 나누어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판결을 잘못 내려서 사람을 죽이고 그 죄를 하급 관리에게 떠넘긴다는 것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리는 사퇴하고 문공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문공이 말했다.
"그대는 스스로 죄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인에게도 죄가 있는 것이오."
이리가 말했다.
"옥관에게는 지켜야 할 법이 있습니다. 형벌을 잘못 내렸으면 자기가 형벌을 받아야 하며, 사형을 잘못 내렸으면 자가기 사형을 받아야 합니다. 군공께서는 신이 가리워진 부분까지 심리하여 어려운 안건을 판결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 법관으로 임명하셨던 것입니다. 지금 잘못 판결하여 사람을 죽였으니 그 죄는 죽어 마땅합니다."
이리는 결국 문공의 명령을 듣지 않고 칼에 엎드려 죽었다.
- 사기(史記) 59, 순리열전(循吏列傳)
순리(循吏)란 청렴하며 올곧은 관리를 가리킨다. 법과 도리에 따라 공정하게 백성을 다스려서 나라를 안정시킨 모범적인 관리다. 순리의 반대편에 혹리(酷吏)가 있다. 사마천은 <순리열전>에서 춘추시대에 활동했던 다섯 명의 순리를 소개한다. 손숙오, 자산, 공의휴, 석사, 이리다.
다섯 중에서 이리(李離)는 진(晉)나라 문공(文公) 때 법관이었다. 부하로부터 잘못된 보고를 받고 사형 판결을 내렸는데 나중에 잘못임이 드러나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목숨을 끊었다. 그에 관한 사연이 <열전>에 위와 같이 기록되어 있다.
<열전>을 읽으면서 항상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2,600년 전의 이리만큼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진 법관이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법으로 세상을 밝히기보다 입신영달이 목적이 아닌가 싶어서다. 공직자, 특히 법관이라면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권력에 부화뇌동하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접하는 검사, 판사들의 염치없는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옛날 이리의 행적이 더욱 우러러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