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수평 / 이시영 본문
참새 한 마리가 내려앉자 가지가 휘청이면서 파르르 떨더니
이내 지구가 중심을 바로잡는다
- 수평 / 이시영
참새의 동작이 나뭇가지로 연결되고 지구도 휘청인다. 우주마저 잠시 흔들렸을 것이다. 삼라만상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시다. 과학적으로도 맞는 말이다. 우주의 모든 구성물들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상호작용을 주고받는다. 지구는 중력을 통해 우주의 끝과도 교신한다. 아무리 미세할지라도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영향을 미친다. 불교의 '공(空)'은 무(無)가 아니라 존재들간의 상호의존성을 나타낸 개념이라고 들었다. 영국 시인 프랜시스 톰슨은 이렇게 노래했다.
모든 것은 불멸의 힘으로
가깝든 멀든, 숨겨져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당신은 꽃 한 송이도 꺾을 수 없다네
별을 흔들지 않고는
별을 흔들지 않고는 꽃을 꺾을 수 없다니, 외경심과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생긴다. 여기서 꽃을 꺾으면 수 억 광년 떨어진 별이 흔들리는데, 시시각각 일어나는 내 생각 내 행동은 우주에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을 것인가. 내 웃음이 타자의 눈물과 이어져 있으며 행복과 불행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분별심이란 어리석은 망상인지 모른다.
가을 아침, 이시영 시인의 짧은 시를 겸허한 마음으로 마주한다. 오늘의 화두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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