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풀 / 김재진

샌. 2019. 8. 30. 10:36

베어진 풀에서 향기가 난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지만

비명 대신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

 

상처가 내뿜는 향기에 취해 나는

아픈 것도 잊는다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

 

- 풀 / 김재진

 

 

'아름다움'은 '앓음'에서 나왔는지 모른다. 예술 작품을 보라. 창작 과정의 고통과 아픔 없이 나오는 명작은 없다. 상처의 향기가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 풀은 자신의 전 생이 베어지는 때에 향기를 낸다. 원망과 한탄의 늪에 빠지거나 복수의 칼날을 갈지 않는다. 상처에서 나오는 악취는 썩는 신호다. 향기는 생명 의지의 표현이다. 상처의 향기가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