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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 구석에 피어 있는 흰명자꽃을 만났다. 여기에 산지도 3 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눈에 띄었다. 나무의 크기로 보아 최근에 심은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꽃이라면 유심히 살피는 편인데 그간 무심하게 지나치기만 했다.그렇게 첫 만남인데다 자주 보지 못하는 흰명자꽃이서 더욱 반가웠다. 흰명자꽃 색깔은 뽀얀 우윳빛에 가깝다. 붉은색의 명자꽃이 화려하고 고혹적이라면 흰명자꽃은 소박하면서 수수하다. 인생의 신산을 다 맛보고 모든 것을 비워낸 탈색의 경지가 느껴지기도 한다. 붉은색 명자꽃은 강렬하고 화려하지만 그만큼 슬프고 아프기도 하다. 뜨거운 만남 뒤에는 반드시 눈물의 이별이 진한 법이다. 명자꽃은 산당화(山棠花)라고도 부른다. 시인은 산당화 봉긋하게 피는 걸 보며 어머니와 순자의 눈물을..
‘그녀의 치마가 펄럭였을 때 세상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김별아의 장편소설 을 읽었다. 에 기록되어 있다는 ‘미실(美室)’이 실존인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소설 내용으로 보면 무척 독특했던 여성이었던 것 같다. 미실은 자신만이 가진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활용해서 임금을 비롯한 뭇 남성들을 손아귀에 쥐고 정치적 야망을 이룬 스케일이 큰 여자였다. 그녀는 총명하고 명민했으며 어떤 면에서는 교활했다. 그녀는 남자들의 심리를 기막히게 파악하고 있었다. 한번 관계를 맺으면 어느 누구도 그녀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남성들의 로망이었지만 동시에 팜므 파탈이기도 했다. 미실은 대원신통이라는 핏줄을 가진 색공지신(色供之臣)이었다. 즉, 운명적으로 왕을 색으로 섬겨야 하는 왕의 여자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