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지 몰라 단 한방에 떨어지고 마는 모기인지도 몰라 파리인지도 몰라 뱅글뱅글 돌다 스러지고 마는 그 목숨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나는 가련한 놈 그 신세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꽃잎인지도 몰라라 꽃잎인지도 피기가 무섭게 싹둑 잘리고 바람에 맞아 갈라지고 터지고 피투성이로 문드러진 꽃잎인지도 몰라라 기어코 기다려 봄을 기다려 피어나고야 말 꽃인지도 몰라라 그래 솔직히 말해서 나는 별 것이 아닌지 몰라 열 개나 되는 발가락으로 열 개나 되는 손가락으로 날뛰고 허우적거리다 허구헌 날 술병과 함께 쓰러지고 마는 그 주정인지도 몰라 누군가 말하듯 병신 같은 놈 그 투정인지도 몰라 아 그러나 그러나 나는 강물인지도 몰라라 강물인지도 눈물로 눈물로 눈물로 출렁이는 강물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