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624

그래도 노래하고 춤추자

꿈이 사라질 수 있을까? 무엇을 잃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손에 잡고 있던 풍선을 놓치고 어린 아이는 운다. 풍선은 푸른 하늘 속으로 훨훨 날아가버렸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빈 손바닥만 남았다. 어린 아이는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빈 손을 보고 서러워 운다. 빈 손...... 그것은 나에게겨울 찬바람이었고, 점점 어두워지는 저녁 무렵이었다. 빛은 사라지고 별도 없는 캄캄한 밤하늘이었다. 절망과 회한과 무기력, 그리고 아무 의미 없음이었다. ................................. 박이문 님의 글 한 편을 읽는다. 살을 씻는 겨울 찬바람이 몰아쳐 와도, 두 볼에 부서지는 그 한파는 시원하다. 길을 덮어 갈 길을 막아도 산새들처럼 떼지어 날아오는 하얀 함박눈은 아무리 차도 우아..

참살이의꿈 2004.03.30

3년 전

만약 운명이 있다면 그는 무척 짓궂은 장난꾸러기일 것 같다. 神은 밋밋한 인생을 재미없다고 본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하는 식으로 우리 인생길에다 이곳 저곳 지뢰를 묻어 두었다. 춤추며 가던 인생길에서 지뢰를 밟아 피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상처에서는 아름다운 꽃이 피어 나기도 한다. 사람이 사는 동안 롤러 코스터를 탄것 마냥 구름 위에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또끝없는 아찔한 추락을 경험한다. 인생은 시소타기다. 5년마다 순환 근무를 해야 하는 탓에 이번에 직장을 옮겼다. 그런데 새로 옮긴 직장의 여건이 내가 기대한 조건과는 많이 어긋난다. 여유있는 삶, 느릿 느릿 걸어가고 싶은 삶을 추구하면 할 수록 그에 비례하여 내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는 장난꾸러기의 훼방에 속이 탄다. 세월이 흐..

참살이의꿈 2004.02.29

청빈(淸貧)

내가 존경하는 사람중에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 1883~1983)이 있다. 그는 스스로를 평화주의자, 사회주의자, 채식주의자라고 불렀는데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따라 아름다운 일생을 산 용기있는 사람이다. 어찌보면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 문명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삶의 양식을 몸으로 실천하며 보여준 분이다. 니어링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 제국주의라는 정치 체제를 혐오했는데 이것에 대한 저항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노력이 그의 삶을 관통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상과의 타협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따라 일관되게 행동한 분이다. 그것은 결국 부의 포기와 단순 소박한 생활로 나타나게 된다. 그 분이 부를 보는 관점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부는 타락했다..

참살이의꿈 2004.02.22

무릉도원은 어디에

`소백산의 어느 계곡에서 봄꽃을 구경하다가 길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안개까지 끼기 시작해 동서남북의 방향도 헷갈리면서 헤매게 되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복숭아꽃이 만발하고 향기가 진동하는 곳에 절벽이 나타났고 겨우 한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동굴이있었다. 그 동굴을 지나가니 시야가 훤하게 트였다. 산으로 둘러싸인 들판에는 집들이 늘어서 있었고 기름진 논밭이며 아름다운 호수, 뽕나무나 대나무 숲이 눈에 들어왔다. 개와 닭소리도 한가로이 들리고 사람들은 들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평화롭고 이국적이었다. 장식은 없었지만 깨끗하고 소박한 흰 옷을 입은사람들은 한결같이 즐겁고 만족스런 미소를 띠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더니 크게 놀라 어디서 왔느냐며 물었다.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했더..

참살이의꿈 2004.02.09

케세라세라

70년대였던가, `케세라세라`라는 노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친구는 말 끝마다 이 말을 달고 살았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때마다 독백처럼 `케세라세라`를 읊곤 했다. 정확한 번역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될대로 되어라` 쯤으로 이해했다. 그 말에서는 냉소적이고 조금은 자포자기적인 냄새도 났다. 지난 설날 추위에 터의 수도가 또 얼어버렸다. 사람이 상주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보온도 넉넉히 하고 수도물도 열어놓고 해서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그 정도로는 동장군을 대항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작년겨울에도 수도 펌프를 하나 깨먹어 버렸는데 올 겨울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한 번 얼어버린 수도관을 녹이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그저 빨리 봄이 되어 ..

참살이의꿈 2004.01.30

내려오는 계단을 올라가며

30년 전이다. 동두천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휴일 외출을 나갔다가 서점에 들렀다. 서가를 훑어보던 중 특이한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표지로 되어 있었는데 미국의 한 교사의 교단 일기였다. 자세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비판적 시각에서 미국의 교육 현실을 고발한 내용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 책 제목이 `내려오는 계단을 올라가며`였다. 책을 사 가지고 귀대하는 버스 안에서 앞으로의 내 삶이 이 책 제목과 같이 전개될 것 같다는 예감에 사로잡혔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런 묘한 느낌이 들었다. 세상의 주류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세상을 살 것 같은, 그래서 약간은 삐딱한 모습으로 서 있을 것 같은 그런 예감이었다. 지금은 가끔씩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참살이의꿈 2004.01.15

춥고 쓸쓸한 마가리

현관문을 여니 싸늘한 냉기가 밀려온다. 집안 공기가 바깥보다 더 차다. 발바닥이 시러워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스위치를 올리니 보일러가 웅웅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수도물도 정상으로 나온다. 이번 추위에 바깥 수도펌프가 얼었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사람이 살지 않아서인지 안에서는 아직도 새 집 냄새가 난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커튼과 창문을 모두 연다. 겨울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유리창을 거친 햇살은 따스하다. 뒷 집 개가 마당까지 쫓아와서는 컹컹대며 짖는다. 여기가 자기네 집인지 아는가 보다. 웃기는 놈이다. 손짓으로 쫓아보지만 꿈쩍도 안한다. 오디오 전원을 넣는다. Secret Garden의 `Awakening`이 흘러 나온다. 애잔한 선율로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두 번째 곡은 `You rais..

참살이의꿈 2003.12.22

전원의 즐거움 / 문일평

옛 글 한 편을 읽는다. 文一平(1888-1939)님의 글이니 아마도 70년쯤 전에 씌어진 글일 것이다. 낯 선 한자 단어들이 자주 나와 읽기에 거북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고풍스러운 맛이 느껴져서도리어 새롭다. 그러나 이런 전원 생활을 그리다가 실족한 사람도 많음을 명심하자. 제목; 전원의 낙(樂) 경산조수(耕山釣水)는 전원생활의 일취(逸趣)이다. 도시문명이 발전될수록 도시인은 한편으로 전원의 정취를 그리워하며 원예를 가꾸며 별장을 둔다. 아마도 오늘날 농촌인이 도시의 오락에 끌리는 이상으로 도시인이 전원의 유혹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류는 본래 자연의 따스한 품 속에 안겨 토향(土香)을 맡으면서 손수 여름지이를 하던 것이니 이것이 신성한 생활이요 또 생활의 대본(大本)일는지 모른다. 이른..

참살이의꿈 2003.12.14

일희일비 않기

`살아보니까 내 인생에 즐거운 날은 몇 날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날들은 그 즐거운 하루를 즐긴데 대한 빚을 갚는 날이었다.` 어느 분의 글에서 본 구절인데 무척 공감이 되었다. 다만 즐거운 날이 몇 날 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살면서 우리가 겪는 사건들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일어나는 어떤 궂은 일도 넉넉하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짧은 인생이지만 우리는 많은 굴곡을 경험한다. 행복과 즐거움은 모든 사람이 원하지만 결코 삶은 뜻대로 되어 주지 않는다.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이 나타나고 평탄한 길이 지나면 가시덤불 우거진 숲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어떨 때는 늪을 통과해야 한다. 거기에는 맹수가 살고 있어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앗아가기도 한다. ..

참살이의꿈 2003.12.09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4년 전 농촌 마을 한가운데에 터를 잡을 때 여러 사람들이 걱정했다. 도시 생활을 하다가 시골 마을 가운데에서 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도시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생활에 젖어 있다가 모든 것이 노출되는 시골 문화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염려를 했다. 가능하면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 덜 간섭받는 장소를 고르라고 충고했다. 도시 아파트 생활의 장점이자 단점이 고립성이다. 대개의 경우 한 가구 한 가구가 서로 고립된 섬이다. 옆 집에 신경 쓸 일도 없고, 옆 집으로부터 간섭받지도 않는다. 이것을 나만의 공간에 대한 안락함으로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웃과의 단절로 느낄 수도 있다. 당시에는사람들의 걱정을 무시해 버렸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면 된다고 그쪽 환경에 눈높이를 맞추고 산다면 문..

참살이의꿈 2003.11.29

쓸쓸한 그곳

터에 다녀오다. 늦가을이어선지 더욱 쓸쓸했다. 월동 준비를 한답시고 펌프에도 헌 옷가지를 둘러씌우고 바깥 수도꼭지도 물을 뺀 다음 폐쇄시켰다. 그러나 찾아오는 사람도 찾아갈 사람도 없었다. 다만 담안 사람들과 잠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었을 뿐이다. 도시의 소외가 싫었는데 지금까지는 시골 마을에서도 아직 이방인이다. 적응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지난 사건의 여파가 나에게는 아직 크다. 첫 눈에 정이 들기는 쉽다. 그러나 한 번 소원해진 뒤에 다시 정을 붙이기는 어렵다. 이건 사람이나 물건이나 땅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깊은 정이란 것은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모른다. 상대의 결점이나 단점을 발견하고도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 그러고도 느끼는 동질감이야말로 세월이 쌓인 깊은 정이라고..

참살이의꿈 2003.11.17

쓸쓸한 건배

일과를 일찍 마치고 동료들은 남한산성으로 단풍 구경을 떠났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그냥 보낼 수 없단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단풍나무 아래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가을 정취를 즐길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혼자 있고 싶다. 지난 한 달 동안은 사람들과 자주 어울릴려고 노력했다. 여러 모임에도 참여하고 개인적으로 만나 술도 마셨다. 그것은 잊기 위해서였다. 나에게는 벅차게 다가온 사건들의 고통, 그걸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희석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이나술이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어떤 때는 도리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오늘은일찍 집으로 들어가야지. 그냥 아내와 둘이서 소주 몇 잔이라도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사라져가는 마가리의 꿈을 향하여 쓸쓸한 건배라도 했으면 좋겠다.

참살이의꿈 2003.10.31

한 문이 닫기면 다른 문이 열린다

터에만 다녀오면 마음이 우울해진다. 안 갈 수도 없고, 가면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답답한 상황들과 마주쳐야한다. 대면하고 싶지 않은상황들과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한 때는 새 생활에 대한 꿈으로 부풀었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계륵(鷄肋) 신세가 되어 있다. 밀고 나가기도, 발을 빼기에도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럴 때는 거기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다. 내 의지를 떠난 상황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말 것! 그리고자꾸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오늘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생각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거기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여 주인공, 쥬리 앤드류스. 수녀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녀는 원장 수녀님에 의해 밖으로 퇴출(?) 당한다. 가방을 ..

참살이의꿈 2003.10.27

우리 배추

9월 초에 읍내에 나가 배추 모종을 샀다. 거름 한 포와 섞어서 뜰에다 심어 놓았다. 비가 내리던 그 날, 대충 대충 엉성하게 옮겨 놓기만 했다. 그 뒤 일이 생겨서 내려가 보지도 못한 채 한 달여가 지났다. 물을 주지도 김을 매주지도 못했다. 그런데 산흙을 퍼다 만든 마당의 척박한 땅에서 저 혼자 이만큼 자라 주었다. 농민들이 키운 배추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초라하지만 그래도 이만큼 자라준 배추가 고맙기만 하다. 사이 사이 솎아와서 이웃에도 나누어 주다. 그런데 잎이 억세서 냄비에 푹 끓여 먹어야 겠다.

참살이의꿈 2003.10.19

기도

샌, 조금은 바보처럼 살자! 샌, 조금은 모자라게 살자! 샌, 조금은 욕심을 버리자! 샌, 조금은 마음을 비우자! 가앙 가앙..... 가을 하늘은 자꾸만 높아만 간다. 꾸역 꾸역..... 늘어나는 욕심으로 나는 자꾸 무거워진다. 이 좋은 계절 가운데서 나는무너지고 있다. 상대를 모르는 싸움에 지쳐가고 있다. 하느님! 제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현실을 받아들을 수 있는넉넉함을 주소서. 세상사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는 감히 청하지 않사오나 그러나 당신의 따스한 한 마디가 그립습니다. 그 한 마디면 다 족하겠습니다.

참살이의꿈 2003.10.10

한 달 만에 다녀오다

한 달 만에 내 터에 다녀왔다. 내려갈 때는 마지못해서 억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이 이러할까 싶었다. 그러나 올라올 때는 몇 가지 심각했던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였다. 내려가던 길에 한 집에 들렀다. 이분들은 벌써 10여년 전에 귀농하신 분들이다. 기반을 닦은 모습이부러운데 자신들도 초창기에는 무척 고생 많이 했다고 과거 얘기 들려주며 힘 내라고 하신다. 안스러워 걱정해 주는 마음이 표정에 서려 있다. 동네에서는 두 쪽 갈등 사이에 끼여 처신하는데 무척 괴롭다. 시시비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나에게 요구하는 사항을 어느 쪽도 받아들여주지 못했다. 잘못하면 이쪽 저쪽에서 동시에 욕을 얻어 먹어야 되는 처지다. 묘하게도 일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잘 되면 부드럽게 ..

참살이의꿈 2003.10.05

내가 나를 위로하는 말

비 오는 날은 더욱 우울하고 답답하다. 체한것 같이 제대로 돌지 못하고 꽉 막혀있는듯한 마음 덩어리가 속에서 울컥거리고 있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증상을 알 것도 같다. 주먹으로 가슴을 쳐 본다. 그곳은 심장이 있는 자리다. 오늘은 혼자서라도 소주를 친구삼아야겠다.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누구나 자기 나름대로 자신에 대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것이 자기 변명에 불과할 지라도 스스로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그 무엇은 있는 법이다. 절망이란 그 의미를 잠시 잃은 자가 겪어야 할 고통이다. 생존의 문제든, 이상의 문제든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누구든 이런 좌절과 혼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간은 계속 새로운 의미에 도전한다. 도전은 자의적일 수도..

참살이의꿈 2003.10.01

후회없는 선택이 어디 있으랴

후회 없는 선택이 어디 있으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고통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하늘도 때때로 눈물을 흘리나니 바다도 자주 아프게 흔들리나니 외로운 사람이 어디 혼자 뿐이랴 사람들의 슬픈 가슴을 보아라 그래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아라 사람아 묵묵히 너의 길을 가라 이 세상 그 무엇도 영원한 것은 없나니 무릎 펴고 다시 일어나 너의 길을 가라

참살이의꿈 2003.09.20

하늘마음농장

어제 저녁 TV에서 울진으로 귀농한 한 가족 얘기가 나왔다. 내 컴 즐겨찾기에 이분들의 홈페이지(`하늘마음농장`)가 올려져 있어 가끔 들어가 보곤 했는데 직접 화면으로 만나게 되니 더욱 반가웠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부의 귀농 이유를 그분들 홈페이지에서 옮긴다. 살다보면 별일도 다 있다. 남편의 귀농얘기가 그 경우이다. 어느날 "귀농하고 싶은데…." 물론 난 흘려넘겼고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그러나 `귀농`이라는 단어를 어디 말 붙일 수 있는 곳이라면 다 붙이며 내 머리에 박으려 들었다.하루는 마주 앉아 물었다. 어쩌다 그리 되었냐고. 회사에서 우연히 전국귀농운동본부 사이트를 보게 되었단다. 춘천에 늙으면 텃밭 일구며 살기 위해 사놓은 땅도 있고 해서 교육을 받고 싶더란다.그래서 그때 내가 그건 허락했..

참살이의꿈 2003.09.19

이젠 止雨祭라도....

오늘도 야속한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농민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지, 태풍 `매미`로 불의의 재난을 당한 이웃들의 울음이 들리지 않는지 하늘은 무심하기만 하다. 그분들의 고통이 어찌 나와 무관하겠는가? 나에게 피해가 없다고 안도할 수 만은 없다.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을 그분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태풍의 각도가 조금만 어긋났더라도 지금 눈물을 흘릴 사람은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난다. 수용소 안의 유대인들을 향하여 겨누어진 총구, 누구가 선택되는가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불행이기 이전에 이웃의 고통을 대속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 조차 절대로 지금의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참살이의꿈 2003.09.18

귀농 10계명<펌>

`앙성댁의 귀농일기`에서 퍼온 귀농 10계명입니다. 1. 몸과 마음을 함께 준비한다. 몸과 마음이 함께 귀농을 원해야만 즐거운 시골생활이 가능합니다. 마음은 시골을 향해 있는데 몸은 도시의 풍요와 안락함을 쫓는다면 행복한 시골생활이 될 수 없습니다. 도시의 풍족함과 안락함, 도시 문명의 이기를 기꺼이 버릴 수 있어야 하며, 사정없이 내리쬐이는 햇볕 아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비오듯 땀을 흘리며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골생활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기를 끊임없이 요구합니다. 2. 가족의 동의와 협조는 필수적이다 부부의 경우, 시골생활은 하루 온 종일을 함께 지내야 합니다. 농사의 대부분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설사 한 쪽의 노동력이 빈약하더라도 현장에 함께 있..

참살이의꿈 2003.09.17

도연명의 귀거래사

도연명(陶淵明)..... 도연명의 시를 처음만난 것은 아마도 고등학교한문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저 멋있다고만 느낀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이라는 구절과, 대표작이 `歸去來辭`인 전원시인이라는 정도로 소개받은 기억이 난다. 그 후 한참 지나서그분의삶과 시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단순히 전원시인이라고 이름붙일 수 없는 그분의 깊은 내면세계에이끌리게 되었다. 나이 41세(405년).... 팽택현령(彭澤縣令)을 사직하고 그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소통(蕭統)의 `陶淵明傳`에는 그 때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한 해가 끝날 무렵 마침 군(郡)에서 파견한 독우(督郵)가 현(縣)에 도착하니 아전이 청하길, "꼭 허리띠를 하시고 뵙도록 하십시오." 하였다. 연명은 탄식하며 "내가 어찌 다섯 말의 미곡 때문..

참살이의꿈 200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