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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 바. 라. 기.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Museum SAN)'에 들렀다. '뮤지엄 산'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문화 공간으로 본관을 중심으로 워터가든, 스톤가든, 제임스 터렐관, 안토니 곰리관, 명상관, 빛의 공간, 조각 정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과 예술 속에서 마음을 달래며 휴식하기에 좋은 장소다. '뮤지엄 산'의 특징은 워터 가든의 물이다. 물과 어우러진 구조물과 자연 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 준다. 끝 경계가 없는 이곳의 고요한 물은 사람의 마음과 공명을 일으킨다.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미니멀한 공간 구성이다. 주로 직선으로 이루어진 조형미가 번잡함을 떠난 단순함을 보여준다. 어떻게 살고 어떻게 마음써야 하는지를 ..
직육면체 물, 동그란 물, 길고 긴 물, 구불구불한 물, 봄날 아침 목련꽃 한 송이로 솟아오르는 물, 내 몸뚱이 모습 그대로 걸어가는 물, 저 직립하고 걸어다니는 물, 물, 물...... 내 아기, 아장거리며 걸어오던 물, 이 지상 살다갔던 800억 사람 몸 속을 모두 기억하는, 오래고 오랜 빗물, 지구 한 방울. 오늘 아침 내 눈썹 위에 똑 떨어지네. 자꾸만 이곳에 있으면서 저곳으로 가고 싶은, 그런 운명을 타고난 저 물이, 초침 같은 한 방울 물이 내 뺨을 타고 또 어딘가로 흘러가네. - 모든 것을 기억하는 물 / 김혜순 지금 내가 숨 쉬는 한 호흡 속에도 우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땅속 깊은 곳의 마그마인 적도 있고, 600년 전 세종대왕의 폐에 들어갔던 공기 분자도 있을 것이다. 생명이 다하면..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 물맛 / 장석남 노자가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을 때 물맛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으리라. 노자 선생은 '무미지미(無味之味)'를 최고의 맛으로 쳤다. 물맛이 바로 그 '맛 없음의 맛'이다. 맛도 없고 향기도 없는, 담박하고 탈색된, 인생의 내리닫이에서 이제는 훤칠한 물맛이 되고 싶다.
궁금한 게 있다. 수돗물은 마실 수 없는 물인가? 수자원공사에서는 안심하고 마시라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싱크대 안에 정수기가 장치되어 있고 정수기를거쳐 나온 물을 마신다. 어떤 사람은 정수기도 믿지 못하고 생수를 사서 마신다. 요사이는 생수도 믿을 수 없다고도 하니 도대체 무얼 마셔야 한단 말인가. 돈 많은 사람은 외국에서 사 온 물을 마신다고 한다. 바다 깊은 데서 꺼내온 물도 있고, 북극 빙하에서 가져온 물도 있단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수십 가지의 기준에 따라 수질을 측정해서 발표한다. 그래서 상수도가 안전한 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송수 과정에 있다. 배관이나 물탱크가 낡고 녹슬었는데 원수가 아무리 좋으면 무엇 하겠는가. 더러운 송수관이나 ..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었지요 그래서 나는 사람으로 살기로 했지요 날마다 살기 위해 일만 하고 살았지요 일만 하고 사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요 일터는 오래 바람 잘 날 없고 인파는 술렁이며 소용돌이쳤지요 누가 목소리를 높이기라도 하면 소리는 나에게까지 울렸지요 일자리 바뀌고 삶은 또 솟구쳤지요 그때 나는 지하 속 노숙자들을 생각했지요 실직자들을 떠울리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길가의 취객들을 흘끗 보았지요 어둠속에 웅크리고 추위에 떨고 있었지요 누구의 생도 똑같지는 않았지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사람같이 사는 것이었지요 그때서야 어려운 것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겨우 알았지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같이 산다는 것과 달랐지요 사람으로 살수록 삶은 더 붐볐지요 오..
교보문고에 가는 길에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서 열리고 있는 '물오르다'라는 사진전을 스치며 보았다. 이 야외 사진전에는 물을 소재로 한 국내외 사진작가 30여 명의 작품 90 점이 전시되고 있는데, 지구의 소중한 자원인 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사진전이라고 느꼈다. 우리가 만나는 물은 대개 상수도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계량화된 표정 없는 물질이지만,사실 물 만큼 다양한 얼굴과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번 사진전은 그것을 여러 각도에서 잘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좀더 시간 여유를 갖고 찬찬히 둘러보지 못한 것이다. 여러 작품 중에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마리 폴 네그르의 '물공포증 환자들'인데, 물을 통해 물공포증을 이겨내는 훈련을 받는 장면이 찍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