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漁父 / 屈原

샌. 2006. 9. 15. 16:01

屈原旣放 遊於江潭 行吟澤畔 顔色憔悴 形容枯槁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 何故至於斯

屈原曰 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漁父曰

聖人不凝滯於物 而能與世推移

世人皆濁 何不굴其泥 而揚其波

衆人皆醉 何不飽其糟 而철其리

何故深思高擧 自見放

屈原曰

吾聞之 新沐者必彈冠 新浴者必振衣

安能以身之察察 受 物之汶汶者乎

寧赴湘流 葬於江漁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

漁父莞爾而笑 鼓설而去

乃歌曰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遂去不復與言

 

- 漁父 / 屈原

 

굴원이 죄 없이 추방을 당해

강과 못 사이를 쏘다니고

연못가 거닐며 슬픈 노래 읊조리니

얼굴은 시름에 겨워 초췌해지고

형용은 비쩍 말라 야위었더라

 

어부가 이를 보고 물어 말하길

"그대는 삼려대부 아니신가요?

이런 곳엘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굴원이 대답하여 말을 하기를

"온 세상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깨끗했으며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은 정신 깨어 있어서

그만 이렇게 추방 당한 거라오."

 

어부가 이 말 듣고 말을 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막힘이 없어

세상과 추이를 같이 한다오

세상 사람 모두가 흐려 있다면

어째서 진흙물 흙탕질을 쳐

그 물결 더 높이 일으키질 않으며

뭇 사람 모두가 취해 있다면

그 술 지게미 배불리 먹고

박주나마 마셔 두지 않고서

어째서 깊이 생각 높이 행동해

스스로 추방을 불러 왔나요?"

 

굴원이 이 말 듣고 다시 말하길

"내 일찍 이런 말 들은 적 있다오

새로 머리 감은 이는 갓 먼지 털어 쓰고

새로 몸을 닦은 이는 옷을 털어 입는다고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내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으리요?

차라리 상수 물가로 달려가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티끌을 뒤집어 쓸 수 있으리요?"

 

어부가 듣고서 빙그레 웃고는

돛대를 올리며 가면서 노래하길

'창랑의 물결이 맑을 때라면

이 내 갓끈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결이 흐를 때라면

이 내 발이나 씻어보리라'

마침내 가 버리곤 말이 없구나

 

신영복 님은 이 시를 현실과 이상의 영원한 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읽어보라고 한다. 맞는 말씀인 것 같다. 굴원은 너무나 청렴결백해서 반대파의 모함을 받고 상수(湘水)가로 추방을 당한다. 강가를 슬픔에 잠겨 헤매고 있을 때 그는 어부를 만난다. 어부는 굴원에게 세상에 순응해 살아갈 것을 권했으나 굴원은 더러운 세상과 타협해 살아가느니 차라리 강물에 빠져 죽는 것이 낫다고 단호히 말한다.실제로 굴원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기원전 295년 5월 5일 돌을 안고 강에 투신하여 59세로 일생를 마친다.

 

추방 당한 억울한 심정을 넘어서지 못하는 굴원의 한계가 있지만,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옳은 길을 가려는 굴원의 청렴강직한 성품이 더 돋보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런 사람들은 현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어부로 대표되는 현실주의자들은 비타협적이고 고고한 굴원의 처세를 비판한다. 그리고 현실과 이상의 충돌에서는 늘 이상의 패배로 끝난다. 이 시를 읽다보면 조선 건국 초기의 이방원과 정몽주가 주고받은 시조가 생각난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에 대해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로 대답한 정몽주도 결국 목숨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지는 영원한 숙제다. 그것은 지금의 내 삶 매 순간마다 부딪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굴원의 태도를 비타협적 엘리트주의로 비판해야 할까? 그렇다고 자신의 이상을 버리고 현실에 타협하며 사는 것은 굴욕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기회주의적이고 현실 타협적일 수밖에 없다. 사는 게 다 그렇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현실과 이상, 그 두 길사이에 있을 중용과 조화의 길은 과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좀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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