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雜詩(二) / 陶淵明

샌. 2004. 12. 16. 10:51

白日淪西阿

素月出東嶺

遙遙萬理輝

蕩蕩空中景

風來入房戶

夜中枕席冷

氣變悟時易

不眠知夕永

欲言無予和

揮杯勸孤影

日月擲人去

有志不獲騁

念此懷悲悽

終曉不能靜

 

- 雜詩(二) / 陶淵明


밝은 해 서쪽 장강으로 떨어지고

하얀 달 동편 산봉우리로 나오네

달빛은 아득히 만리를 비추며

넓디넓게 공중에서 빛나네

바람은 방문으로 들어오고

밤중에 잠자리 서늘도 하여라

기후 변해 시절의 바뀜 깨닫고

잠 못 이뤄 밤 길어졌음을 안다네

말 나누려 하나 나와 화답할 이 없어

잔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하네

세월은 사람을 버려두고 가니

뜻이 있어도 펼치지 못한다오

이를 생각하다 마음은 구슬퍼

새벽 되도록 진정하지 못한다오

 

잡시(雜詩) 12수(首)는 도연명이 50세 즈음에 지은 시다.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으며 낙향한지 10년, 그를 기다리는 것은 가난과 외로움이었다.

고궁절(固窮節)을 지키며 곧은 삶을 지키려는 그에게도 어찌 애상이 없으리? 만년이 되면서 그의 시에서는 이렇게 쓸쓸한 분위기가 점점 진해진다.

그러나 그런 점이 바로 인간 도연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맑고 담백한, 명리(名利)를 초월한 그의 시를 읽으면 세상사에 탁해진 내 마음이 정화되어진다.

소통(蕭統)이 말한 대로 도연명의 시는 명리를 추구하는 마음을 놓게 하고, 비루하고 인색한 뜻을 떨어내고, 탐욕스런 마음을 청렴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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