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Learning to fall

샌. 2003. 11. 4. 13:00
가을은 떠나 가고, 떠나 보내는 계절인가 보다.

담안에 계시는 어느 분이 최근에 슬픈 일을 연달아 겪으셨다.
친한 친구가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사망하고,경황이 없던 바로 그 날에 언니가 또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다.

바로 어제의 일이다.
그 분의 지금 심정이 어떠할지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 분에게 지금 어떤 위로의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멀쩡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에 우리 곁을 떠나간다.
아무 이별의 말도 없이, 무심히 떨어지는 저 낙엽처럼 그렇게 이 곳에서 사라져 간다.
그 분은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을같은 날 동시에 잃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밖에는 서글프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살다 보면 내 것이라 여겼던 애지중지하던 그 무언가를 상실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이 돈이든, 명예든, 건강이든,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이든.....
우리는 세상이 무너지는 슬픔에 빠진다.

이 때 우리는 그래도 남아있는 그 무엇인가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그러나 그것이 주는 위로는 일시적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공허와 우울이 찾아온다는 것을 안다.

이런 일들을 통하여 우리는 이 지상에서 한 나그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다.
하늘이 부르면 여기서 빌려쓰고 있던 모든 것 다 놓아두고 빈 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 것이란 없다.언젠가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돌려줘야 하는 날이올 것이다.
그 날이 내일이 될 수도 있다.

과연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돈이든꿈이든 사랑하는 사람이든 우리 자신이든 - 을 놓아버릴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을 놓아버리면 도리어 참된 자유의 삶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까?

Learning to fall..............

이 가을에는
가는 바람 한 자락에 기꺼이 자신의 전 존재를 허공으로 내던지는 저 낙엽의 가벼움을 닮고 싶다.
떨어지는 것은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임을 배우고 싶다.

세상을 떠나는 모든 생명들에게 神의 은총이 함께 하소서!
그리고삶과 죽음, 이 세계가헤아릴 수 없는 축복이며 신비임을 우리가 깨닫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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