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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샌. 2025. 11. 12. 09:36

최진석 선생의 자전적 철학 이야기다. 회갑을 맞은 선생이 과거를 회고하며 자신의 철학적 견해를 밝히는 책이다. 선생의 어린 시절과 가족과의 관계, 철학을 전공하게 된 사연 등 개인적인 고백이 흥미롭다.

 

선생은 교수직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사색과 저술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후반기에 선생이 관심을 두는 분야가 '선도국가'에 대한 열망이다. 여러 책에서 이런 현실적인 바람을 피력하는 걸 봤다. 우리가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런 개인이 모여야 주체적이고 행복한 국가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선도국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2022년 대선에서 선생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하며 선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소식은 나에게는 놀라웠다. 철학자의 처신으로 올바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파격적인 처신이 신선한 면도 있었다. 결국 안철수는 윤석열과 후보 단일화를 함으로써 윤 정권을 탄생시켰다. 노자를 정치철학으로 해석하는 것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게 선생의 선택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철학자가 현실을 대하는 마인드가 너무 나이브했는지 모른다. 책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구체적인 해명은 없다.

 

그래도 선생이 제시하는 어젠다는 주목할 만하다. 정신적이고 철학적인 의미에서의 선도국가론도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철학이 뜬구름 잡은 공허한 이론일 수는 없다. 현실과 삶에 영향을 주지 않는 철학 이론은 무의미하다. 혁신과 창의 등 선생이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개인을 강조하는 것도 공감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삶의 목적을 별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나로 빛나는 것이다. 삶 속에서 영원을 경험하는 일이다. 

 

'철학은 질문'이라는 선생의 말도 힘이 있었다. 응당 내부로 향하는 질문일 것이다. 노자는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生也柔弱 死也堅强]'라고 했다. 질문하지 않으면 견고한 자아의 아성을 깰 수 없다.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안주하려는 마음을 버려야 할 일이다. 노자와 장자에 기댄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닐까.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에서 뽑은 두 대목이다.

 

"우리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내가 별이 되는 것이다. 이 순간의 삶 속에서 내가 영원을 경험하는 것, 이것이 삶의 목적이다. 그런데 한번 삶이 시작되면 눈앞이 온갖 목표들로 가득 채워지고 그것이 목적을 넘어서게 되어 정작 목표를 지배하는 목적을 잃어버린다. 나에게 별은 무엇일까? 목적을 잃지 않게 해주는 힘이다. 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승진하고...., 이것이 목적일까? 그것은 목표이다. 자유로워지는 것! 깨닫는 것! 자존감을 잃지 않는 것!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 이것이 목적이다."

 

"순간만 살다 죽을 것을 우리는 왜 굳이 애쓰며 사는가. 다 사라질 것을 우리는 왜 잡는가. 결국 다 털고 갈 것을 왜 굳이 배우는가. 허무한 줄 알면서 왜 사는가. 우리의 존재 조건이 허무함이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산다는 것은 허무와의 투쟁이 아닐까? 허무에 지지 않기 위해서. 허무에 지면 왜 안 되는가. 여기서부터는 질문이 불가능하다. 존재의 가장 궁극적 상태이기 때문에 질문도 거기서부터만 출발할 수 있다. 허무하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허무를 관찰하고, 허무와 투쟁한다. 허무와 투쟁하면서 나는 나로 살아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확인된다. 자신을 허무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허무를 관찰하고 투쟁하도록 하는 토대가 허무인 것은 참 모순적이다. 삶을 죽음과 연결해 죽음 쪽에서 삶을 보면 삶이 더 또렷하게 드러나고 충실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삶은 자신의 존재 형식인 허무와 스스로 전선을 형성하면서 허무이면서도 허무가 아닌 것으로 재탄생시킨다. 자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는 자는 그 순간 영원을 함께 경험한다. 자기 존재의 자각, '순간'과 '영원'이 교차하는 성스러운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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