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이다, 오드리 본문

읽고본느낌

이다, 오드리

샌. 2025. 11. 23. 10:45

넷플릭스에서 영화 두 편을 봤다. 폴란드 영화인 '이다'와 오드리 헵번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인 '오드리'였다.

 

 

'이다(Ida)'는 절제된 흑백 영상이 아름다웠다. 거의 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에 클래식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였다. 수녀원에서 서원을 앞두고 있던 이다는 유일한 혈육인 이모를 만나러 밖으로 나온다. 이모는 술과 담배에 찌든 매춘부였다. 이다는 이모한테서 학살당한 부모의 사연을 듣고 함께 이다가 태어났던 고향을 찾아간다.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폴란드다. 공산 정권 치하의 암울한 분위기가 영화 전체에 깔려 있다. 그 속에서 인간다움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담백한 흑백 화면에 잘 담겨 있다. 흑백은 성(聖)과 속(俗)을 강렬하게 상징한다. 이다와 이모는 끝내 다른 길을 가지만 둘은 분리된 게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에는 깜짝 놀라게 되는 장면이 세 개가 나온다. 그중 하나는 이모의 돌발적인 죽음 뒤 이다가 수녀복을 벗고 이모처럼 술과 담배를 거리낌 없이 하는 모습이다. 이때 배경으로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흐른다. 이다가 이모의 삶과 선택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있다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이다'는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예술 영화다. 흑백의 영상미는 한 편의 수묵화를 보는 것 같다. 화면에서 인물을 배치하는 구성도 특이하다. 이다가 수녀원을 향해 결연하게 걸어가는 라스트 씬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드리(Audrey)'는 오드리 헵번(1929~1993)의 생애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오드리 헵번에 대해서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청순하고 당돌한 아가씨 이미지와 말년에 아프리카에서 봉사 활동을 한 여배우라는 정도였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드리는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한 트라우마를 평생 겪었고, 그 영향인지 그녀 또한 두 번이나 이혼하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대스타였지만 개인적으로 사랑에 굶주렸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러나 오드리는 은퇴한 후 유니세프를 통해 제3세계의 기아 해결과 인권 운동에 헌신한다. 못 받은 사랑을 더 큰 사랑으로 나누어준 것이다.

 

오드리가 활동할 당시 여배우의 인기는 섹시함이 좌우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오드리는 우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일약 스타덤에 올라섰다. 연약하고 아름다우면서 천진난만한 소녀에 세계인이 매료된 것이다. 이것은 만든 이미지가 아니라 그녀의 따스하고 착한 성품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년의 오드리는 스위스 농촌에서 소박하게 살면서 인류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영화에 나오는 노년의 오드리 미소는 무척 아름다웠다.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오드리를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였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식 존엄사  (0) 2025.12.02
클레어 키건의 소설 네 권  (1) 2025.11.29
나폴리 4부작(3, 4)  (0) 2025.11.18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  (0) 2025.11.12
다읽(33) - 톰 소여의 모험  (0) 202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