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나폴리 4부작(3, 4) 본문
네 권을 두 주에 걸쳐 읽었다. 책이 두꺼워 네 권이지만 2천 쪽이 넘는 양이었다. 며칠 전에 친구에게 추천했더니 너무 길어서 엄두가 안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가독성이 좋아 완독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다.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가 궁금해 자꾸 책을 끌어당기게 될 정도로 재미있었다. 작가인 엘레나 페란테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것 같다.
3권(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과 4권(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은 릴라와 레누의 중년기 이후를 다루는데 성인이 되고부터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가는 두 여성의 인생사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진다. 이 책을 통해 연애와 결혼, 출산과 육아를 대하는 여자의 심리가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나폴리 4부작>은 여성으로서의 자아 찾기 과정에서 생기는 불안과 방황을 잘 그려낸 소설이다.
소설 전체에 걸쳐 릴라는 신비하면서 매력적인 인물로 나온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불안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책의 표현이 딱 맞다. 릴라의 불안한 영혼은 타인만 아니라 자기파괴적인 성향도 갖고 있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 일생에 걸쳐 레누에게 영감을 제공해 주면서 모든 방면에서 창의적인 - 그녀의 약점이 드러나는 영역이 있다. 그녀는 속물로 여겨지는 스테파노와 결혼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니노 앞에서는 사랑에 눈이 먼다. 합리적이고 지성적인 레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두 여성에게서 보이는 가장 속 상한 부분이다. 여성의 본성과 가정과 자식, 일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한다. 남성 중심 사회 구조를 비판하면서 - 진보적 여성이라고 자임하면서 - 본인은 거기에 예속되어서 안타깝다.
<나폴리 4부작> 6, 70년대의 혼란했던 이탈리아 정치 상황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나폴리라는 도시의 실상과 변화 과정도 그려진다. 그런 역사적 배경하에서 이익을 다투고 계급 갈등 속에서 대립하고 투쟁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나온다. 어느 시대에서나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이기에 공감되는 바가 크다.
이 소설은 처음에 노년의 릴라가 사라지는 것에서 시작하여 두 여성의 우정사를 중심으로 시대순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소녀 시절에 잃었던 인형이 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릴라는 끝까지 신비에 묻혀 있는 인물이 된다. <나폴리 4부작>은 상실과 아픔, 상처에 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한다. 동시에 삶의 허무를 드러내면서 그 의미를 묻는다. 우리가 고군분투하는 것이 결국 어디로 귀결되는지 자문해 본다.
OTT '왓챠'에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든 작품이 올라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고편을 봤는데 화면이나 인물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소설과는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당장 왓챠에 가입해서 시청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참고 있다.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면 좋으련만. 어쨌든 <나폴리 4부작>은 내가 읽은 올해의 소설이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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