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겨울 강가에서 / 김경미 본문
눈과 함께 쏟아지는
저 송곳니들의 말을 잘 들어두거라 딸아
언 강 밑을 흐르며
모진 바위 둥글리는 저 물살도
네 가슴 가장 여린 살결에
깊이 옮겨두거라
손발 없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 하나로도
어떻게 길을 내는지
딸아 기다림은 이제 행복이 아니니
오지 않는 것은
가서 가져와야 하고
빼앗긴 것들이 제 발로 돌아오란 법이란 없으니
네가 몸소 가지러 갈 때
이 세상에
닿지 않는 곳이란 없으리
- 겨울 강가에서 / 김경미
이 시를 읽으며 내 딸과 손주를 생각했다. 이미 중년이 된 딸보다는 손주에게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너무 마음이 여려 걱정되는 손주들인데 좀 더 강해지고 이 세상에 대해 분투적이 되라고 당부하고 싶다. 그저 착하기만 해서는 송곳니 같은 세상에서 시달리게 될 테니 말이다. 물론 애쓴다고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결심한다고 목표 지점에 쉬이 닿을 수도 없다. 그러나 물러서는 것보다는 어떤 몸짓이든 시도해 보는 게 낫다. 그게 젊음이 가지는 특권이니까.
차가운 얼음장 속에서도 모진 바위 둥글리며 흘러가는 물살을 생각한다. 손발 없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니 하나로 길을 내며 솟구쳐 오르는 기상을 생각한다. 못 박힌 듯 미동 없이 하늘 높이 떠 있는 솔개의 굳센 의지를 생각한다. 가진 잎 모두 떨구고 인내의 시간을 갖는 나무의 고요를 생각한다. 겨울 풍경의 마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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