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1411f(7) 본문

아무도 몰래
멀리 떠나고 싶었던
그런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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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말자
굴러가는 대로 살자
다짐하지만
돌아서면
그때 뿐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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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 가정이라는 수도원의 입회 의식. 짧은 축복기 뒤 혹독한 수련기가 기다리고 있음. 상당수 자격 미달 지원자는 여기서 보따리를 싸서 세속으로 되돌아감. 개인마나 차이가 있으나 청원기를 지나 정식 수도사가 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림. 일부는 죽을 때까지 수련기에 머물며 고군분투함. 이왕 후회할 거라면 해보는 편을 택한다지만 글쎄, 인간 사회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이 낮은 제도임은 분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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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른
고개는
수많은 능선 중
하나였을 뿐
갈 길은
멀고
어깨는
무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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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늘 등대가
깜빡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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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들의 염원을
어깨에 걸머지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기도드리는
절집
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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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스럽지도
호들갑 떨지도 않는다
차분하고
고즈넉하다
너희처럼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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