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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단상

주는 마차도나 받는 트럼프나

샌. 2026. 1. 18. 10:54

베네수엘라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면서 감금되어 있던 마차도가 작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녀가 상을 받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탈출하는 과정도 극적이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 뒤에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침공,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서 미국으로 압송했다. 마두로에게는 비극이었지만 마차도에게는 정권을 잡을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며칠 전에 백악관을 찾은 마차도가 자신이 받은 노벨 평화상 메달을 트럼프에게 선물로 주었다는 희한한 보도가 나왔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농담이겠지, 했다. 그러나 둘이 메달을 넣은 액자를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에서는 실소가 나왔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지 않은가. 주는 년이나 받는 놈이나 염치 없기가 이를 데 없다. 시절이 수상하다 보니 기이한 일이 수시로 벌어진다. 

 

도대체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얼마나 있단 말인가. 평화와는 반대로 세상을 분탕질 치고 있지 않은가.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평화상 메달을 갖다 바치는 마차도의 비굴함에 트럼프의 뻔뻔함이 더해지니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약소국 지도자지만 자존심도 없는지 묻고 싶다. 둘 다 모자란 인간들이다. 둘만 아니라 통치자라는 인간들 수준이 이 정도다. 위나 아래나 천박해져 가는 세상이 오호통재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년여 사이에 못난 한 인간 때문에 홍역을 치렀고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류라 불러 마땅할 인물이다. 문제는 그를 추종하는 세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돌연변이가 아니라 생겨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극우화 경향은 우리나라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 것 같다. 권위적이고 비이성적인 동질의 특성을 가진 종교와 결합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념의 반대편에 있는 상대를 악마화하기 때문이다. 나와 남을 나누고 타 국가와 민족, 종교를 가르며 배척한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MAGA'를 표방하며 깡패 같은 짓거리를 한다.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은 1920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어인 일인지 그는 히틀러를 찬양하는 나치 추종자가 된다. 아들을 나치 친위대 단원으로 가입시킬 정도였다. 그는 자신이 받은 노벨상 메달을 괴벨스에게 바친다. "히틀러와 괴벨스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이것말고는 드릴 게 없다"라며 아양을 떨었다. 마차도를 함순과 비교하면 너무 심한 것일까. 함순은 전후 반역죄로 체포되고 불행한 말년을 살았다.

 

마차도와 트럼프를 보면서 인간의 품격을 생각한다. 인간의 품격이란 나/우리보다 타자를 보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이다. 과거에는 그나마 숨기고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이제는 노골적으로 비아냥대듯 부와 권력을 과시한다. 국제 정치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나는 모른다. 다만 어느 경우에도 지켜야 할 인간의 품위라는 측면에서 둘의 행동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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