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사기[63] 본문
장건이 외국으로 가는 길을 개척하여 존귀한 신분이 된 뒤로, 그를 따라갔던 관리와 병사들은 모두 다투어 글을 올려 외국의 기이하고 괴이한 것과 그 나라와 왕래할 때의 이로움과 병폐를 말하며 사신이 되기를 원했다. 천자는 그 나라들이 멀리 떨어져 있고 사람들이 쉽사리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부절을 주고, 따르는 자는 관리와 민간에서 모집하되 그들의 출신은 묻지 않았다. 모집한 사람을 모두 보냄으로써 사자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넓힌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오가면서 폐백과 재물을 훔치고 사신으로서 천자의 뜻을 어겨 천자는 그들이 이러한 일에 길들어 있음을 알고 조사하여 무거운 벌로 다스렸고, 공을 세워 죄를 씻도록 격려하여 다시 사신으로 나가도록 했다. 그러므로 외국으로 나간 사신의 폐단은 끝없이 발생했고 가볍게 법을 어겼다. 과거에 사자로 나갔던 관리와 사졸들도 외국에 있는 것을 지나치게 추켜올리고 숭배했다...
사신으로 가는 사람은 모두 가난한 집 자식으로, 조정에서 외국으로 보내는 물품들을 사사로이 가로채 헐값으로 외국에 팔아넘겨 그 이익을 차지하려 들었다. 외국에서도 한나라 사신들의 말이 저마다 다른 데 염증을 느꼈으며, 또 한나라 군대가 멀리 떨어져 있어 쳐들어 올 수 없다고 생각하고 식량 공급을 끊어 한나라 사신들을 곤란하게 했다. 한나라 사신들은 먹을 것이 떨어지자 원한이 쌓여 서로 공격할 지경에 이르렀다.
- 사기(史記) 63, 대원열전(大宛列傳)
'대원열전' 앞부분은 한 무제 때 장건(張騫)이 서역에 사자로 오가면서 실크 로드를 개척한 이야기가, 뒷부분은 이광리가 대원을 정벌한 과정이 나온다. BC 139년 무제는 흉노를 치기 위한 동맹을 맺기 위해 서역에 있는 월지(月氏)에 장건을 보낸다. 장건 일행은 가는 도중 흉노에게 붙잡혀 포로가 된다. 장건은 10년 동안 붙잡혀 있다가 탈출하여 서쪽으로 가서 대원, 대월지, 대하, 강거 등 여러 나라를 돌며 서역의 풍물과 습속을 접하고 귀국한다. 돌아오는 길에 또 흉노에게 잡히는 우여곡절을 겼으며 종내 무제에게 서역 사정을 보고할 수 있었다. 장건이 한나라를 떠날 때는 100여 명의 일행이었으나 13년이 지나 돌아왔을 때는 겨우 두 사람만 남았다고 한다. 장건은 최초로 서역과 교류를 한 인물이며 실크 로드의 개척자라 할 수 있다. 드라마틱하게 그려진 '대원열전'의 장건의 행적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
장건은 흉노와 서역에 관한 전문가여서 무제에 의해 중용되었다. 그는 흉노와의 전투에 장군으로 참가하기도 했고, 2차로 다시 서역에 사신으로 파견되기도 했다. 장건은 서역인들을 한나라에 데여와 발전된 문물을 보여주며 한나를 섬기게 만들었다. 전인미답의 길을 간 그에게는 기록되지 않은 숨은 이야기가 무수할 것이다.
장건이 개척한 길을 따라 그 뒤로 많은 사신과 상인들이 오가게 되었다. 위에 인용한 글은 사마천이 전하는 당시의 혼란했던 분위기다. 서역으로 가는 길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여정이었지만 갔다 오면 한 밑천 잡고 명예를 얻을 수 있었다.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장건이 찾아갔던 대원, 대월지, 오손 같은 서역은 지금으로 치면 신장-위구르 자치구나 타지키스탄 지역이다. 2천여 년 전 육지를 통해 동과 서가 만나기 시작한 그 시점을 아득히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