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고향과 대구에 다녀오다(4박5일) 본문
동생의 빈자리를 채우러 고향에 다녀왔다. 마침 어버이날 주간이라 겸사겸사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걷는 거야 불편해도 다른 건 괜찮아 보였다. 노인에게는 더 나빠 보이지만 않는다면 감사한 일이다.
농협 묘목 판매장에서 가서 고구마순과 토마토 등을 사다가 텃밭 남은 이랑에 심었다. 지금도 주된 일은 어머니가 하고, 나는 보조 노릇만 한다. 당신이 직접 해야 만족하기도 하고, 이렇게라도 흙을 만지고 작물을 보듬는 게 어머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나는 일부러 멀리서 지켜본다.

어머니 특기는 조각 그림 맞추기다. 워낙 좋아하니 찍은 사진으로 동생이 수시로 그림판을 만든다. 맞추기가 무척 난해하다. 그럼에도 한 시간 넘게 집중하며 완성해 내고야 한다. 나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대구 이모한테 가서 하룻밤을 자고 왔다. 두 분 다 아흔이 넘은 연세라 예전처럼 서로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만난지 5년이 넘었을 것이다. 오랜만의 만남이 눈물의 상봉이 되었다.


마침 청라언덕이 이모집 가까이 있어 구경 나갔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귀에 익은 청라언덕이 전부터 보고 싶었다. '청라(靑羅)'가 '푸른 담쟁이덩굴'이란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언덕 제일 높은 곳에는 133년이 된 제일교회가 있고, 주변에 옛 선교사들의 붉은 벽돌로 된 사택이 세 채 있었다.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좋았다.




선교사와 가족들이 잠든 묘지, 은혜정원.

1899년에 선교사들이 설립한 병원인 제중원(濟衆院)도 재현해 놓았다.

언덕 아래에는 1885년에 설립된 계산성당이 있다. 대구 대교구 주교좌성당이다. 여담이지만 여기서 박정희와 육영수가 결혼식을 올렸는데, 주례가 "신랑 육영수 군, 신부 박정희 양"이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이상화 시인 고택에도 들러보았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고즈넉한 한옥 분위기를 즐겼다. 시인의 네 형제가 근현대사에 뛰어난 족적을 남기신 분이었음을 알고 더욱 존경스러웠다.

저녁을 먹고 두류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봄날 저녁, 공원 둘레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에서 대구 시민들과 함께 했다.


잔디광장에서 음악 공연을 들으며 휴식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평화로웠다.

다음 날, 돌아오면서 이팝나무가 유명하다길래 달성군 옥포읍 교항리에 들렀다. 이곳은 대구 지역 최대 이팝나무 군락지라고 하는데 이미 지고 있어서 눈부신 꽃을 볼 수는 없었다.



자식한테 주려고 상추를 다듬고 계시는 모습이 짠했다. 평생을 이러고 사셨을 게다.

아내는 장모님을 찾아뵈러 전주에 내려갔다. 어쩌다 보니 각자 자기 어머니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게 자연스러우면서 편하기도 하다. 마치 자기 방에서 따로 잠자는 것처럼. 참 좋은 계절이다. 이런저런 축하의 말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심란함도 보태지는 5월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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