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바둑 피서

샌. 2010. 8. 4. 22:53

덥다. 가만히 있어도 후덥지근하고 몸은 땀으로 끈적거린다. 선풍기 바람도 별 효과가 없다. 우리는 에어컨 없이도 잘만 살다고 큰 소리 쳤는데 오늘은 아니다. 낮에 고양이 눈물 만큼의 비가 지나갔지만 도리어 습도만 높여 놓았을 뿐이었다.

 

내일 첫째가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난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서 새 직장에 나가기 전까지 한 달 간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아내와 아이는 하루 종일 짐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다.

 


오후에는 이웃에 사는 G 선배를 불러내 기원에서바둑을 두었다. 사실 바둑보다는 더위를 피하는 게 목적이었다. 시원한 실내에서 바둑 삼매경에 빠지니 이보다 더 좋은 피서가 없다. 요사이는 인터넷 바둑이 유행이라 사람들이 기원을 찾는 일이 거의 없다. 거리에서 기원을 찾기도 힘들다. 다행히 집 부근에 옛날식 기원이 하나 있다. 몇 달 전에 처음 들린 후 오늘이 두 번째였다. 그런데 바둑은 역시바둑판에 돌을 놓아야 제 맛이 난다. 이런 것도 습관 탓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터넷 바둑에 길들여진 요즈음 젊은이들은 또 생각이 다를 것이다.

 

선배에게 두 점을 놓고 둬야 하는데 오늘은 운이 좋아서 연속 세 판을 이겼다. 그래서 흑 호선으로 되었다. 그렇게 둔 마지막 판에서는 일곱 집 차이로 졌다.

 

밤 11시가 되었지만 아직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다.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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