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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풀

꽃들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줄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을 눈에 잘 띄도록 장식하고 향기를 뿜는다. 그런 유혹물들 중의 하나가 달콤한 꿀이다. 꽃은 결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지만 그 아름다움이 주는 혜택의 최대 수혜자는 인간이라는생각이 든다. 아직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꽃이름에 '꿀' 자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꿀풀이 선택한무기는 꽃보다는 달콤함인 것 같다. 남쪽 함양 지방에서는 쌀농사 대신에 이 꿀풀을 심어 꿀을 채취해서 고소득을 올린다는 얘기를 들었다.하고초꿀이라고 하는데 하고초(夏枯草)는 꿀풀의 다른 이름이다. 아마 여름이면 말라버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것 같다. 아래 사진은 며칠 전 함양에 다녀온 동료가 찍은 꿀풀이다. 이렇게 논에다 꿀풀을 많이 심어서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꿀풀의 보라색 꽃은..

꽃들의향기 2006.06.14

아담을 기다리며

‘하버드의 수재 학생부부인 마사와 존 베크가 본의 아니게 두 번째 아기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들의 생활은 고통과 절망의 연속이 되었다. 머리 좋고 야심적인 젊은 엘리트로서 학문적, 사회적 성공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거의 미치광이처럼 맹렬하게 학업 경쟁에 몰두하고 있던 이 박사학위 후보자들에게 있어서 또 하나의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재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임신 수개월 후 산과 검사 결과 뱃속의 아기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버드의 교수, 학생, 의사들은 한결같이 이들에게 장래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임신중절을 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경고하였다. 그러나 베크 부부는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 그들 자신 내부의 불안에도 불구하고, 아기를 태어나게 해야..

읽고본느낌 2006.06.13

우후죽순

사무실 앞에 오죽(烏竹)이 자라고 있는데 지난 겨울을 지나며잎이 누렇게 되면서 말라 죽었다. 작년 12 월의 추위 탓인 듯 한데 이렇게 대나무가 피해를 본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죽은 대나무를 잘라내었더니 곧 죽순이 나왔다. 하루만에도 눈에 띄게 쑥쑥 자라는 죽순은 내 눈에는 경이로웠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상 조건 탓이겠지만 크면서 주위에서 대나무를 보지 못했다. 고향 집 뒤에 있던 조릿대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니 죽순이 자라는 것을 계속해서 관찰해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뒤로 대나무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달이 지난 어느 날 앞 화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 죽순이 어느덧 초록색 잎은 단 대나무로 변해 그 키가 무려 2 층 창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대나..

사진속일상 2006.06.12

우리 텃밭

올해 텃밭 크기는 작년의 반으로 줄였습니다. 노동력을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그러나 일이 반으로 수월해지지는 않았습니다. 내려가면 해야 할 일이 언제나 잔뜩 기다리고 있습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어떨 때는 귀찮고 힘겨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밭에 나가 땀을 흘리며 흙을 만지고 풀을 뽑고 작물을 거두는 기쁨은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습니다. 일 하는 동안은 세상의 시름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무엇엔가 몰두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흙을 만지고 생명을 돌보는 일만큼 가치 있는 일도 없다고 봅니다. 밭에 나가 땀을 흘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 집니다. 다른 노동과는 또 다릅니다. 땅에서 나오는 생명의 기운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앞의 네 줄은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두 주일 간격으로 ..

참살이의꿈 2006.06.11

희망의 언어 - 碩果不食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공개 강의를 했습니다. 그 강의 주제가 '희망의 언어 - 석과불식(碩果不食)'이었습니다. 직접 가 보지는 못했고 저는 인터넷으로 중계된 강의를 들었습니다. 석과불식은 주역에 나오는 말이라고 합니다. 주역 64 괘 중제일 절망적인 괘가 박괘(剝卦)인데 그 박괘를 설명하는 말이 석과불식인가 봅니다. 해석하면 '씨과실은 먹지 않는다' 또는 '씨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라는 뜻이랍니다. 현재의 우리 상황이 박괘에 비유될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선생님은 보는 듯 합니다.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세계화의 물결,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 의해 재편되는 새로운 세계 질서가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버리면 안되는데, 그 상징적인 구절이 바로 석과불식입니다. 그 ..

참살이의꿈 2006.06.09

비 와서 흔들리는 날

저기압이 다가오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진다. 스스로를 어떻게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아 버린다.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이러저리 방황한다.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헝클어져 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이것은 나만의 독특한 현상인 것 같다. 예전에는덜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아내는 다시 사춘기로 돌아가느냐며 착각하지 말라고 놀리지만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 이런 날은 종일 헤드폰을 끼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싫다. 돌아보니 옛날에도 그런 증상이 있었다.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던 때, 비 오는 날이면 퇴근길에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가고는했다.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왔다. 그때는 차창에 쏟아지는 ..

사진속일상 2006.06.08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을 보면 왠지 탈속의 품위가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 산의 높은 곳에서만 자라는 습성 때문일 것이다. 내 경험으로는 해발 500 m 이상 되는 곳에서만 볼 수 있었다. 높은 산의 능선, 양지 바른 곳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직 평지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꽃의 노란색은 모두 밝고 눈부시지만, 이 노랑제비꽃의 노란색은 독특하게 진하고 선명하다. 누구라도 그 생생한 색깔에 눈길이 끌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산을 오르다가 노랑제비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초록색 잎을 배경으로 샛노랗게 피어있는 꽃을 보면 몸과 마음이 모두 상쾌해진다. 또한 산 속에 숨어사는 고결한 은둔자를 만난 듯 옆에 앉아 한 말씀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노랑제비꽃은 제비꽃 중..

꽃들의향기 2006.06.08

삼색제비꽃

도시의 거리를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팬지가 삼색제비꽃을 개량한 것이라고 한다. 제비꽃으로서는 원색의 화려한 색깔 때문에일찍부터 관상용으로 개발된 듯 하다. 유럽 원산이라는데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야생 상태로 자라지는 않는 것 같다. 팬지는 내한성도 좋고 생명력이 강하도록 품종 개량이 많이 이루어졌다. 다섯 장의 꽃잎 색깔도 삼색(흰색, 노란색, 자주색) 외에 붉은색, 푸른색 등 다양하고, 무늬에도 변형이 많다. 원예종인 팬지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거리에서 매일 만나는 꽃일 것이다. 인공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꽃이지만, 매연과 먼지 속에서도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건조한 도시를 환하게해주는 고마운 꽃이다.

꽃들의향기 2006.06.08

TAO[35]

삶에 지칠 때 타오를 가슴에 품고 여행을 떠나 보세요. 어딜 가더라도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할 거예요. 기나긴 인생길을 걷노라면 아름다운 음악도, 맛있는 음식도 즐겨야겠지요. 하지만 인생길이 한없이 힘들게만 느껴질 때는 타오를 가슴에 품어 보세요. 비록 그것이 너무 담백해서 맛이 나지 않더라도 너무 은은해서 소리가 들리지 않더라도 당신이 원한다면 마음의 비타민이 되어 줄 거예요. 기꺼이 그리고 영원히 당신의 힘이 되어 줄 거예요. 執大象, 天下往, 往而不害, 安平太. 樂與餌, 過客止, 道之出口, 淡乎其無味, 視之不足見, 聽之不足聞, 用之不足旣. 우리 마음 속에는 보물이 숨어있다. 그러나 그 보물은 눈에 보이지도,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 속에 들어있는 보물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 너와 ..

삶의나침반 2006.06.07

驟雨 / 良寬

오늘 구걸하다 소나기를 만나 잠시 낡은 사당으로 비를 피하네 우습구나, 바랑 하나와 바리때 하나 생애 맑고 깨끗한 무너진 집의 바람 今日乞食逢驟雨 暫時廻避古祠中 可笑一囊與一鉢 生涯潚灑破家風 - 驟雨 / 良寬 료칸[良寬, 1758-1831]은 무욕의 화신, 거지 성자로 불리는 일본의 선승이다. "다섯 줌의 식량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라는 말이 뜻하듯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무욕과 무소유의 최고 경지를몸으로 실천하며 살았다. 료칸은 떠돌이 걸식 생활을 하면서도 시를 써가며 내면의 행복을 유지했다. 말 그대로의 청빈을 실천하며 산 사람이다. 단편적으로 듣게 되는 료칸의 일화는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료칸의 생애를 통해 대현[大賢]은 곧 대우[大愚]와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

시읽는기쁨 2006.06.07

신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이 쓴 ‘신의 역사’를 읽었다. 부제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4000년간 유일신의 역사’로 되어 있듯이 세계의 대표적 유일신교인 세 종교의 신 관념의 변화를 서술한 책이다. 두 권으로 된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 있게 읽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종교인, 특히 우리나라의 기독교인이 꼭 한 번씩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이다. 저자는 ‘신 자체’와 ‘신 관념’이 엄격히 구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신 관념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그 관념들이 상징하는 실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이 점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혼동하거나 착각함으로써 종교적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신의 관념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왔으며 어쩌면 시대적 욕구에 부응..

읽고본느낌 2006.06.06

TAO[34]

커다란 타오의 몸짓은 물과 닮았답니다. 물은 이리저리 흘러 흘러 가다 가다 온갖 것을 낳아 기르지만, 물은 '내가 낳았으니 내가 길렀으니 내가 어미요' 하고 소리치지 않는답니다. 그것이 바로 타오의 몸짓이랍니다. 모든 것을 낳아 기르지만, 타오는 '내가 낳았으니 내가 길렀으니 내가 어미요' 하고 소리치지 않는답니다. 타오는 모든 것을 이루지만 '타오, 내가 했소이다' 하며 제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답니다. 그렇게 드러내지 않으니 아무도 타오를 모르지요. 하지만 그것이 바로 타오의 큰 몸짓이랍니다. 모든 것을 이루고도 이루었다고 하지 않으니 그것이 바로,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으면서 다 이루었다고 떠벌리는 우리와 다른 위대한 몸짓이 아닐까요?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

삶의나침반 2006.06.05

사람 노릇 하기

우리는세상에 태어나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세상과 관계를 맺는다. 나이가 들수록 그런 관계의 폭은 점점 넓어진다. 부모, 부부, 자식, 형제자매, 친구, 이웃,동료, 친척, 동창, 고객 등 수많은 관계들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고 노릇을 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정에서 일차적 관계인 부모 노릇, 자식 노릇 제대로 하기 조차 힘에 겨울 때가 많다. 신경을쓴다고 하지만늘 부족하고 미안하기만 한 것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노심초사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가족 행사가 의무방어전처럼 부담이 되기도 한다. 어머님과 장모님의 생신이 묘하게도 같은 날이다. 그래서 우리들 때문에 두 분의 생신은 매년 조정을 해야 한다. 대부분 한 주일 ..

사진속일상 2006.06.05

홀아비꽃대

홀아비꽃대는 모양이 특이해서 한 번 보면 누구에게나 쉽게 기억이 되는 꽃이다. 넉 장의 큰 잎 가운데로 한 개의 꽃대가 올라오고 거기에 하얀 색의 수술이 붙어 있다. 순백의 이 수술이 봄철의 산 속에서 눈길을 사로잡는다. 꼿꼿하게 수직으로 위로 솟아오른 모양도 재미있다. 사진은 일부러 바로 위에서 찍어 보았다. 대개 꽃에 신경을 쓰지만 어떤 경우는 잎이 더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홀아비'라는 이름은 꽃대가 하나라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꽃대가 둘로 올라오는것도 있는가 보다. 홀아비바람꽃에서도 볼 수 있듯 홀아비라는 이름은 하나를 가리키면서 뭔가 외롭고 쓸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데 나는 처음 홀아비꽃대라는 이름을 듣고 성적인 의미를 연상했다. 동해안의 촛대바위와 비슷한 류일 것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6.06.02

일본 야구의 재미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이 들어와서 요사이 저녁 시간이면 일본 야구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승엽 선수가 출전하는 요미우리의 경기를 중계해 주는 채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구기종목 중에서 야구를 제일 좋아한다. 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바람이 불고 있지만 나는 축구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4 년 전 월드컵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4강에 진출했을 때도 제대로 본 게임이 하나도 없었다. 동대문 야구장에서 열렸던 고교 야구부터 잠실 야구장의 프로 야구까지 야구장은 자주 찾았지만 아직 축구장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는 잠실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던져주는 사인볼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MBC 청룡의 팬이었다. TV를 통해 일본 야구를 보니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비슷한 동양적 스타일이겠지만 우..

사진속일상 2006.06.02

오리 한 줄 / 신현정

저수지 보러 간다 오리들이 줄을 지어 간다 저 줄에 말단이라도 좋은 것이다 꽁무니에 바짝 붙어 가고 싶은 것이다 한 줄이 된다 누군가 망가뜨릴 수 없는 한 줄이 된다 싱그러운 한 줄이 된다 그저 뒤따라 가면 된다 뛰뚱뛰뚱하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급기야는 꽥꽥대고 싶은 것이다 오리 한 줄 일제히 꽥꽥꽥 오리 한 줄 / 신현정 인간의 줄을 벗어나 차라리 저 뛰뚱거리며 걸어가는 오리들 꽁무니에 서고 싶다. 이념도, 욕망도, 무엇이 되고 싶은 소망도 벗어던지고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르는 오리가 되어 저 뒷줄에 서서 따라가고 싶다. 5/31 지방선거가 끝났다. 사람들은 이 줄 저 줄에 갈라서 섰다. 어떤 사람은 억울해 하고, 어떤 사람들은 고소해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떠드는 소리, 고함 소리는 이제 질린다. 차라..

시읽는기쁨 2006.06.01

화나고 우울할 때

살면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사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부득이하게 큰소리가 나오고 마음속에 쌓여있던 불만과 미움의 마그마가 한 순간에 분출한다. 나의 경우 어떨 때는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 낸 것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떠나 자신이 그렇게 흥분했다는 사실에 대해 곧 자책감의 밀물이 밀려온다. 상대방보다도 자신이 더욱 미워진다. 이렇게 되면 며칠간 우울한 감정에 시달리게 된다. 규모가 큰 폭발일수록 후유증은 오래 간다. 화나고 우울할 때 조심할 것은 자신의 잘못에만 집중하며 자책하고 자괴심에 빠져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에게 날아간 화살에 너무 아파해서는 안 된다. 화가 일어나면 그 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잘 살펴보아야 한다. 미움과 분노를 감추려하거나 숨기..

길위의단상 2006.05.30

맑음과 흐림

어제는 다시 맑은 하늘과 땅이 열렸다. 그저께 내린 비가 이런 기적 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도시락을 싸서 아내와 같이 뒷산에 올랐다. 산자락에 앉아 바라보는 전망은 세상 끝까지라도 보일 듯 투명했다. 눈 앞으로는 한강과 서울의 강동 지역이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의외의 풍경, 비세상적인 풍경은 우리를 당황하게한다. 내일이면 다시 사라져 버릴 것을 알기에 이 멋진 풍경 앞에서도 괜히 슬퍼진다. 우리가 필사적으로 좇는 것은 어쩌면 저 풍경처럼 순간적으로 반짝 빛나는것일지 모른다. 어둠의 터널을 지나고 불현듯 몰려오는 환한 빛, 그러나 그 빛은 잠시 빛나는 섬광일 뿐이다. 그 뒤는 다시 짙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다. 인간에게 허용된 것은 긴 소망과 순간의 만남이다. 모든 깨달음과 현실이 그렇다. 고개를 드니..

사진속일상 2006.05.29

TAO[33]

세상의 지식만이 앎이 아니랍니다. 남을 알고 사회를 아는 것이 어둠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희미한 앎이라면, 나를 아는 것은 어둠에서 완전히 벗어난 밝은 앎이랍니다. 남을 이기려면 강함이 필요하지만 나를 이기려면 부드러움이 필요하답니다. 얼치기 부자는 세상의 부를 잡으려 하지만 진짜 부자는 자신의 마음을 잡으려 한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그런 족함을 알 때, 당신의 마음은 타오의 에너지로 충만해지고 당신의 육체는 죽어도 죽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타오의 에너지는 영원으로 이어지니까요.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知足者富, 强行者有志. 不失其所者久, 死而不亡者壽. 대부분의 철학이나 종교의 가르침은 '자신을 아는 것'[自知]과 '넉넉함을 아..

삶의나침반 2006.05.26

애기나리

애기나리는 보통 야산의 기슭에서 군락을 이루고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애기나리가 자라는 곳은 나무 그늘에 가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곳이다. 다른 식물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땅, 일견 척박해 보이는 땅에서 애기나리는 자란다. 그것이 강인하게 보이기 보다는 좋은 땅은 이웃에게 넘겨주고 스스로 낮은 곳을 선택한 겸손으로 보인다. 애기나리는 수수한 꽃이다. 꽃의 모양이나 색깔이 두드러진 점이 없이 그저 평범하다. 그리고 애기나리는 무엇이 부끄러운지 늘 고개를 숙이고 있다. 꽃은 잎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았을 때사람들은 둥굴레로 착각하기도 한다. 별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애기나리는 불평 없이 자신의 꽃을 피우고 살아간다.인..

꽃들의향기 2006.05.25

길의 노래 / 이기철

내 마지막으로 들 집이 비옷나무 우거진 기슭이 아니면 또 어디겠는가 연지새 짝지어 하늘 날다가 깃털 하나 떨어뜨린 곳 어욱새 속새 덮인 흙산 아니고 또 어디겠는가 마음은 늘 욕심 많은 몸을 꾸짖어도 몸은 제 길들여온 욕심 한 가닥도 놓지 않고 붙든다 도시 사람들 두릅나무 베어내고 그곳에 채색된 丹靑 올려서 다람쥐 들쥐들 제 짧은 잠, 추운 꿈 꿀 穴居마저 줄어든다 먼 곳으로 갈수록 햇빛도 더 멀리 따라와 내 여린 어깨를 토닥이는 걸 보면 내 어제 분필과 칠판 앞에서만 열렬했던 말들이 가시 되어 일어선다 산골 처녀야, 눈 시린 十字繡 그만두고 여치 메뚜기 날개 접은 들판 콩밭 누렁잎 보아라 길 끝에 무지가 차라리 편안인 산들이 누워 있고 산 끝에 예지도 거추장스러운 피라미들에게 맡겨버린 물이 마음 풀고 흐..

시읽는기쁨 2006.05.24

TAO[32]

타오의 세계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 세계에 굳이 이름 붙이라면 '영원한 에너지가 샘솟는 세계'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이름이 없습니다. 그 마음에 굳이 이름 붙이라면 '나뉨 없는 하나 된 마음' 만약 리더가 '나뉨 없는 하나 된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가 침묵해도 사람들은 한마음으로 그를 따르겠지요. 땅과 하나 된 하늘은 촉촉이 단비를 뿌려 주겠지요. 누구에게나 똑같이 뿌려 주겠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이름 없는 타오의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름으로 세계를 나누기 시작했답니다. 모든 것을 쪼개고 또 쪼개서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지요. 하나가 둘이 되니까 한마음이 두 마음이 되고, 두 마음은 서로 많이 가지려고 다투기 시작했지요. 두 마음은 두근두근 언제나 불안하네요. 잠깐만요, 한마음으로 돌..

삶의나침반 2006.05.23

비 오는 날의 막걸리

비 오는 날은 괜히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괜히 신경이 예민해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긴다. 오늘도 몇 가지 충돌이 있었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세다. 마음은 어디론가 붕 떠서 날아간다. 이런 날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 커피도 좋고 막걸리도 좋고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말 없이앉아있고 싶다. 아무 말이 없어도 아무 부담감이 없는 그런 사람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다. 아내와 마주 앉았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옛 팝송을 틀어놓고, 막걸리에 호박 부침개를 앞에 놓았으니 모든 게 갖추어졌다. 어디선가 조사한 것을 보니까 남자들이 배우자로서 제일 원하는 것이 친구 같은 아내라고 한다. 공감한다. 젊었을 때는 애인 같은 아내를..

사진속일상 2006.05.22

개구리 소리

잠에서 깰 때마다 쉼 없이 개구리 소리가 들려옵니다. 한밤중이 되면 소리가 잦아드는 법인데 아직도 짝을 구하지 못했는지 숫 개구리들의 구애의 노래 소리는 밤을 새우고 있습니다. 개구리 소리를 노래라고 보든 울음이라고 보든 그것은 인간의 감정이입일 뿐이겠지요. 개구리는 그저 본능에 따라 울음주머니를 울릴 뿐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후손을 남기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릅니다. 사정이 어떠하든 우렁찬 개구리의 합창 소리는 봄을 대표하는 소리입니다. 저렇게 큰 소리가 결코 시끄럽게 들리지 않습니다. 개구리 소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선물한 봄의 교향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개구리 소리에 이끌려 논둑길을 논으로 나갔습니다. 모내기를 한 논마다 개구리들로 가득 찼는지 전후좌우 사방에서 들려오는 개구..

참살이의꿈 2006.05.22

슬픈 시대

영국의 찰스 2 세가 버스비 선생의 교실을 방문했다. 그러나 버스비 선생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자를 쓴 채 교실 안을 활보했다. 그러자 찰스 2 세는 모자를 벗어 팔 밑에 끼고서 공손히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나중에 찰스 2 세가 문간에서 작별을 고하려고 하자 그때서야 선생은 찰스 2 세에게 정중히 아뢰었다. "폐하, 소신이 저지른 오늘의 불경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소신의 학교 어린이들이 이 나라에서 소신보다도 위대한 사람이 있다고 믿으면 소신은 결코 이 어린이들을 지도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육 일화는 이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가 되었다. 나라의 임금이 찾아왔는데 선생은 본 체도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임금은 모자를 벗고 뒤를 따랐다는..

길위의단상 2006.05.20

산괴불주머니

산괴불주머니는 오래동안 피어있는 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야에서 봄철 내내 자주 만날 수 있다. 자라는 곳도 산 속이나 인적 드문 곳이 아니라 산기슭이나 마을 주변이어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개울가를 따라 산괴불주머니가 노랗게 군락으로 피어있는 풍경은 봄이 보여주는아름다움 중 하나이다. 산괴불주머니는 현호색과에 속하는데 꽃 모양은 현호색과 닮았다. 그러나 꽃대를 따라 길게 피어난 모습은 다른 꽃들과 달리 특이하다. 꽃의 색깔은 노란색인데 햇볕을 받는 정도에 따라 흰색도 나타난다고 한다. 옛날에 헝겊을 이용해서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던 노리개를 괴불이라고 했다는데, 괴불이라는 이름이 거기서 유래되었다면 이 식물의무엇인가가괴불과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 추측을 해본다. 그러나 꽃의 모양에서는 괴불을..

꽃들의향기 2006.05.20

나도 그리울 때가 있다 / 정미숙

살다 보면 그런 날 있지 않은가 문득 떠나고 싶고 문득 만나고 싶은 가슴에 피어오르는 사연 하나 숨 죽여 누르며 태연한 척 그렇게 침묵하던 날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고독이 밀려와 사람의 향기가 몹시 그리운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차 한 잔 나누며 외로운 가슴을 채워 줄 향기 가득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바람이 대지를 흔들어 깨우고 나뭇가지에 살포시 입맞춤하는 그 계절에 몹시도 그리운 그 사람을 만나고 싶은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살다 보면 가끔은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 나도 그리울 때가 있다 / 정미숙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가끔씩 찾아오는 이 공허함과 허기짐, 사람으로 인하여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사람이 고플 때가 있다. 고운 사람의 향..

시읽는기쁨 2006.05.19

어떤 청첩장

오늘 아침 우편함에서 B 씨의 편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B 씨와는 거의 30 년 전에 같이 근무했었는데 전근을 가며 헤어진 후로는 서로 연락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서 근무하는지 가끔 궁금한 생각이 드는 정도였지 꼭 만나고 싶을 정도로 가깝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어떤 식으로든 근무처를 알아내서 서로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B 씨로부터 온 것은 자녀 결혼에 대한 청첩장이었다. 물론 B 씨의 연락이 무척 반가웠지만 한 편으로는 씁쓰레한 기분도 들었다. 나를 기억해 주고 연락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나 미리 전화 한 통이라고 주었다면 훨씬 더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냥 달랑 청첩장 한 장만 들어있는 봉투를 보며 솔직히 약간은 불쾌한 기분도 들었다. 상대방을 배려한다면 짧은 메모라도 남겼어야 ..

길위의단상 2006.05.18

등꽃

이웃에 등나무를 기르는 집이 있다. 좁은 마당에 심어진 등나무가 2 층 베란다 난간을 따라 휘감으며 집을 둘러싸고 있다. 요사이는 등꽃이 활짝 피어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위를 쳐다보게 된다. 연보라빛 등꽃은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 또는 애수를 느끼게 한다.등꽃 아래서 맺어진 사랑은 왠지 슬픈 사랑이 될 것 같다. 보랏빛 눈물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이별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보라색에서 외롭고 슬픈 인상, 우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등나무를 길러보고 싶다. 봄에 환하게 피어나는 꽃도 좋지만, 풍성한 잎이 만들어주는 여름그늘이 더욱 좋다. 특히요동치듯 꿈틀거리며 휘감고 올라가는 줄기의 뒤틀림은생명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이다. 그 등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맛보는 ..

꽃들의향기 2006.05.17

동의나물

동의나물은 물을 좋아한다. 동의나물이 자라는 곳은 큰 산의 계곡 물가이거나 습기가 많은 축축한 땅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아니어서 산행 중 이 꽃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동의나물의 꽃색은 진한 노란색이다. 황금색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 노란색 꽃들 중에서 가장 진할 것이다. 그 색깔을 보면 눈길이 자석에 끌리듯 저절로 꽃으로 향한다. 또한 동의나물은 잎도 크고 멋지다. 잎만으로도 관상으로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왜 이름이 동의나물일까? 독이 있다는 경고의 뜻일까? 아니면 샘가를 찾아오는 처녀의 물동이가 연상되어서일까?

꽃들의향기 200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