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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O[24]

발레리나처럼 발끝으로 서서 뛰어 보세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납니다. 멀리뛰기 선수처럼 다리 벌려서 뛰어 보세요. 100m도 못 가서 가랑이 찢어집니다. '나 예쁘죠!'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미워 보여요. '나 잘났어요!'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못나 보여요. '내 말이 옳아요!' 하는 사람은 이상하게 틀려 보여요. 잘난 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느끼면 남도 그렇게 느끼는 거예요. 타오의 눈으로 보면 그런 건 다 군더더기에 불과하지요. 삶을 충분히 누린 후에 남은 찌꺼기, 삶의 군더더기에 불과하지요. 그러니 타오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는 사람은 손을 대지 않는답니다 - 그런 군더더기에는.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

삶의나침반 2006.04.21

400 : 15

웃음을 연구한 사람에 따르면 다섯 살 정도 되는 어린이는 하루에 평균 400 번을 웃는데, 성인은 고작 15 번밖에 웃지 않는다고 한다. 이 통계를 보면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은 웃음을 잃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들 대부분은 불행하다. 나 자신을 돌아보니 아무리 잘 봐 주어도 성인의 평균이라는 하루에 15 번 정도도 웃지 못하는 것 같다. 그것도 대부분이 미소의 형태이고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 파안대소는 거의 없다. 여성들을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은 남성에 비해 훨씬 더 웃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모인 곳에서는 대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신에 수다 소리를 참아야 하는 불편도 있지만 깔깔 하고 웃는 여성의 웃음소리를 옆에 있는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여..

길위의단상 2006.04.19

TAO[23]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흉봐도 신경 쓰지 마세요. 태풍이 휘몰아쳐도 반나절이면 지나가게 마련이잖아요. 장대비가 쏟아져도 이틀이면 빗줄기가 가늘어지게 마련이잖아요. 타오와 이어져있는 대자연조차 적당한 때에 그칠 줄 아는데 하물며 얼키고설킨 인간관계의 실타래 따위는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상대가 타오와 손잡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시 타오를 모른다 해도 어찌겠어요? 당신이 따뜻하게 그 손을 잡아 주어야지요. 상대가 부족한 만큼 당신이 채워 주면 그 또한 기쁨이지 않을까요?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러니 이런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타오가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 希言自然,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孰爲此者, 天地.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 道者同於道, 德..

삶의나침반 2006.04.19

앵두꽃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앵두꽃을 보면 이 노래가 떠오르고 자연스레 춘정(春情)의 상징으로연결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후천적으로 습득한 이미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시야를 고정시키는 단점도 있지만 어차피 인간의 인식이란 것이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니까 이왕이면 이렇게 낭만적이면서 우리 가슴을 들뜨게 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봄의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준다면 일부러라도 환영할 일이겠다. 그래서 앵두꽃은 사랑의 꽃이다. 누구든 저 앵두나무 아래에 선남선녀의 연애 스토리 하나쯤 만들어 보아도 좋겠다. 활짝 핀 앵두꽃을 바라보는 봄처녀의 가슴은 연정으로 활활 타오른다. 아니 거꾸로 뜨거운 봄처녀가 찾아오니 앵두꽃이 화알..

꽃들의향기 2006.04.18

TAO[22]

그래요, 언뜻 보면 마이너스로 보이지만 그 속에 더 큰 플러스를 품고 있는지도 몰라요. 혼자 잘난 척 툭 튀어나온 건 잘리기 쉽지요. 나를 굽혀 수그리면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지요. 이리 저리 헤매는 것 같아도 실은 나름대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지요. 낡음은 새로움의 다른 이름, 비움은 채움의 다른 이름, 적음은 많음의 다른 이름이예요. 그러니 적게 가졌다고 슬퍼 마세요. 많이 가졌다고 기뻐 마세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은 타오를 가슴에 품고 오직 타오와 하나 됨을 꿈꾸며 살아가는 법. 타오와 함께하며 나를 굽히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세워 주던걸요. 나 못났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잘났다 하던걸요. 내 자랑 안 하니까 사람들이 오히려 날 자랑해 주던걸요. 남 무시하지 않으니까 나 무시당하지..

삶의나침반 2006.04.18

창 밖에 살구꽃이 환하다

텃밭을 일부 정리하고 감자를 한 줄 놓았습니다. 지난주에 고향에 갔을 때 어머니로부터 알이 작은 씨감자를 받았는데 눈을 따지 않고 그냥 심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흙을 만지니 감회가 새롭고 기분도 무척 좋았습니다. 무겁던 몸과 마음이 새 기운으로 충전되는 것 같았습니다. 피곤하지만 뭔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올해는 작은 묘목 몇 그루만 심었습니다. 앵두나무,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자귀나무. 여기는 이제야 산수유, 살구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벚꽃은 작은 봉오리가 겨우 보입니다. 그만큼 이 동네는 춥습니다. 제가 심었던 나무에서 파릇파릇 새싹이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은 행복합니다. 별로 거두지도 못했는데 나무들은 스스로 자리를 잡고 적응하며 커갑니다. 불평 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참살이의꿈 2006.04.17

서울대공원 왕벚꽃

어제는 서울대공원에서 단축마라톤 행사가 열려 다녀왔는데 마침 왕벚꽃 축제 중이어서 꽃구경도 겸할 수 있었다. 왕벚꽃은 수십 송이의 꽃이 한 무더기로 피어 탐스럽고, 색깔도 순백색으로 아주 화사하다. 일반 벚꽃과는 분위기가 또 다르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관람객이 엄청 모여들기 시작해 한낮에 나갈 때쯤 해서는 넓은 길이 사람으로 뒤덮였다. 봄은 역시 꽃의 계절이다. 만개한 꽃을 보면 마음도 절로 환해진다 .세상사가 아무리 힘들고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존재의 감사함으로 가득차게 된다. 저 꽃나무 아래서만은 세상 시름 모두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꽃들의향기 2006.04.16

하여간 / 장철문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라 어떨진 모르겠는데, 하여간 청어(靑魚)라는 물고기가 있다는데, 하여간 그게 횟감으로는 참 끝내준다는데, 하여간 그놈 성질이 하도 급한 나머지 배 위로 올라오자마자 목숨을 탁 놓아버리는 바람에 그 착 감기는 살맛 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인데, 하여간 어느 코쟁이 나라의 좀 똘망똘망한 어부가 어찌하면 이걸 산 채로 도시에 가져가서 팔아먹을 수 있을까 밤낮으로 짱돌을 굴리다가 아하, 그렇지! 그럴싸한 수를 한가지 냈다는 것인데, 하여간 큼지막한 어항을 하나 만들어설라무네 거기 바다메기를 두어 마리 풀어놓고는 청어란 놈을 잡아 올리는 족족 어항에 집어넣어서는 득달같이 도시로 내달았다는 것인데, 하여간 청어란 놈은 바다메기한테 잡아먹힐까봐 어항 속에서 뺑뺑이를 도느라고 미처 죽을 새가..

시읽는기쁨 2006.04.14

TAO[21]

타오를 따라 움직이는 힘power은 어떤 얼굴과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막상 그 생김새를 설명하려니까 좀 막연하네요. 아득히 넓고, 아득히 깊어서 닿을락 말락 손에 잡히지 않는 것. 너무 어렵나요? 이렇게 얘기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은 그 자체가 하나의 이미지, 모든 것의 원형. 그것은 모든 것을 키워 주는 씨앗,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랍니다. 실제로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타오와 더불어 살아왔지요. 당신도 동참하고 싶다고요? 글쎄요,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한데..... 지금now, 여기here에 그대로 멈춰서 당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타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들리나요? 孔德之容, 惟道是從, 道之爲物, 惟恍惟惚. 惚兮恍兮, 其中有象,..

삶의나침반 2006.04.14

어린이대공원의 봄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약혼기념일 ♥.....' 퇴근하며 공원에 들러봄꽃을 보고 가기로 했는데, 발이 아파 집에 있겠다던 아내가 약혼기념일이라는 마력에 넘어갔는지 억지로라도 나오겠다고 했다. 머리가 허옇게 된 지금에도 약혼기념일을 기억해 내는 내 마눌님은 참 대단하다. 25 년 전 전주의 오늘은 맑고 화창한 봄날씨였다.식을 마치고 양가의 가족은 완산봉과 덕진공원으로 봄나들이를 나갔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벚꽃과 개나리에 둘러싸여 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젊은 우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꽃처럼 환하게 웃고 있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때였다. 25 년 뒤 우리는 어린이대공원을 다시 나란히 걸었다. 봄꽃축제가 열리고 있어선지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여기 어린이대공원은..

사진속일상 2006.04.13

풀또기꽃

교정에 눈길을 끄는 꽃나무가 있다. 화려한 분홍색 꽃이 눈부시게 환해서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꽃나무다. 처음에는 홍매화인 줄 알았는데 생물을 전공하신 분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풀또기나무라고 한다. 풀또기나무, 처음 듣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 나무가 우리나라의 자생종 나무라니 이렇게 아름다운 꽃나무에 대해서 그동안 너무 무관심했다. 백과사전에는 다음과 같이설명되어 있다. '쌍떡잎식물, 장미과의 낙엽활엽 관목. 분포지역은 한국과 중국,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자람. 높이는 1-3 m 정도. 꽃은 4-5 월에 잎보다 먼저 연분홍빛으로 피는데, 지름이 2-2.5 cm로 한두 개씩 달린다. 열매는 8 월에 빨간색으로 익는다. 꽃이 아름다워 관상수로 심는다.' 이 풀또기꽃은 아마 봄꽃 중에서 가장 화려한 ..

꽃들의향기 2006.04.12

노루귀(2)

초봄, 낯선 산의 계곡에서 노루귀를 발견할 때의 기쁨을 무엇에 비견할까?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할 때 몇 시간 동안 산을 헤매다가 우연히 작은 돌 밑에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 중에서도 노루귀는 유별나다. 무엇이 그리웠는지 대부분의 꽃들이 아직 흙 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에 노루귀는 그 연약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온다. 가녀린 그 모습을 보면 강인한 생명력이 놀랍기도 하고, 어떨 때는 눈물겹기도 하다. 가녀린 꽃잎이며 가는 줄기, 그리고 뽀송뽀송한 솜털 속에 그 어떤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숨어있는 것일까? 노루귀는 외로움을 즐기는 고운 소녀다. 모여 있어야 대개 두서너 송이가 같이 있을 뿐, 다른 꽃들처럼 군락을 이루지는 않는다...

꽃들의향기 2006.04.12

TAO[20]

세상 사람들은 늘 머릿속에 뭔가 채워 넣기 바쁘지요. 머리는 하루도 쉼 없이 돌아가지요. 그러지 말고, 머리만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마음을 한번 닦아 보세요. 그러면 근심이나 걱정거리가 줄어들 테니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이 '옳다' '그르다' 하는 것들 그게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지요? 착하다는 칭찬이 못됐다는 비난이 차이가 나 봤자 얼마나 나겠어요? 사람들이 벌벌 떤다고 나도 꼭 벌벌 떨어야 되나요? 그래요, 나도 알아요. 남들이 웃을 때 웃고 남들이 울 때 울면 그들과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을. 함께 먹고 마시고 떠들며 단체로 해외여행도 갈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난 언제나 외톨이 신세로 주위를 맴돌 뿐이지요. 모두들 지갑이 두둑한데 나만 빈털터리 신세랍니다. 모두들 똑똑한데 나만 멍청하답니..

삶의나침반 2006.04.12

용서의 능력

최근에 읽었던 ‘용서’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나온다. 흑백 인종 갈등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흑인 해방 운동 단체에 의해 수류탄 공격을 당한 한 백인 여성이 있었다. 지금도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무차별적인 공격의 희생자가 된 것이다. 그 공격으로 그녀의 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잃었고, 그녀 역시 장기간 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생명은 구하고 퇴원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녀를 목욕시켜 주고, 옷을 입혀 주고, 음식을 먹여주어야 했다. 그녀의 몸속에는 아직도 많은 수류탄 파편이 박혀 있다. 과거사 진실 규명 위원회에 출석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사건은 내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었어요.” “가해자를 만나고 싶군요. 용서하는 마음으로 ..

읽고본느낌 2006.04.11

TAO[19]

아주아주 옛날에는 성인인 체하며 지혜를 설법하는 이 없어도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렸답니다. 도덕이니 정의니 내세우며 위협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정신을 빼앗겨 이리 저리 머리 굴리지 않으니까 악덕 기업가, 조직 폭력배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살았답니다. 뭐 그렇다고 지혜를 버리고 도덕을 버리고 호랑이 담배 피던 그 옛 시절로 돌아가라는 얘기는 아니랍니다. 그저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타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죠.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소박한 소질을, 그리고 아집과 욕심보다는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더불어 사는 따뜻함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랄 뿐이죠. 絶聖棄智, 民利百倍. 絶仁棄義, 民復孝慈. 絶巧棄利, 盜賊無有..

삶의나침반 2006.04.11

농막을 고치다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님이 일하시는 밭의 오래된 농막을 고쳤다. 물론 손재주 좋은 동생들이 대부분의 일을 했다. 이 농막이 밭에 세워진 것은 아마 30 년도 더 되었을 것이다. 너무 오래 손을 보지 않아 지붕이헤어져 제 구실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형제들이 모여 같이 손을 합쳤다. 전날 밤에는 고향집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오랜만에 형제간의 우애를 나누었다. 그간 소원했던 기간도 있었는데 비록 전부 모이지는 못했지만 서로간의 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고마운 시간이었다. 아마 그때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고 물었다면, 서로간의 따스한 정으로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어떨 때는 형제 사이가 남보다 못하기도 있지만그래도 핏줄이란 건 무시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해야..

사진속일상 2006.04.10

TAO[18]

아주 옛날부터 지금까지 타오의 큰 움직임은 조금도 변함없이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공든 탑이 무너지기 일쑤랍니다. 정말로 타오의 공든 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인간은 스스로를 휴머니스트라고 자처하기 시작한답니다. 인간애니 정의니 하는 것들이 필요해지니까요. 어설픈 정보나 지식은 거짓과 위선과 사기를 키우기 일쑤랍니다. 도덕가들은 효자를 칭송하지만, 자식 버리는 몹쓸 부모가 있으니까 세상에 효자가 나오는 것이지요. 백성들 괴롭히는 못쓸 임금이 있으니까 세상에 충신이 나오는 것이지요. 大道廢有仁義, 慧智出有大意. 六親不和有孝慈, 國家昏亂有忠臣. 충[忠], 효[孝], 인[仁], 의[義], 노자는 이런 것들을 군더더기로 보았다. 중요한 것은 근본이지 곁가지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

삶의나침반 2006.04.10

정선 가는 길 / 박세현

1 걸어서 가보아야 할 땅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지명 신작로를 따라 터벅대며 가보아야 할 국토 작은 절망 큰 절망 풀뿌리처럼 엉겨사는 곳 봄이 오면 잊었던 꽃들 되살아오고 사람들 비탈진 밭에 나가 씨앗을 뿌리는 나라 씨앗은 그들의 한 됫박 숨찬 꿈이다 강원도 정선 사람의 이름으로 가보아야 할 마을 도라지꽃 같은 땅 삭은 부처 토막 같은 땅 자 이제 떠나자 우리의 여행에 끝없는 새 길이 열리기를 2 청량리발 정선행 10시 30분 사람들은 떠난다 손을 흔들며 손을 접으며 고개를 들고 고개를 숙이고 서울을 나간다 사내는 그들 틈에 끼어 떠나면서 다시 돌아올 기약을 잊는다 가자, 떠나는 자가 남아있는 자들을 전송하리라 죽은 자가 산 자를 제사 지내리라 가자, 오늘은 저 멀리 더 멀리 멀리까지 달려가자 다시 돌..

시읽는기쁨 2006.04.07

TAO[17]

타오와 리더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리더가 있대?" "어, 리더가 있긴 있는 것 같아." 존재하나 그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는 리더가 최고의 리더라는군요. "와, 우리 리더는 몸짓 하나, 표정 하나가 너무 멋져." 사람들이 흠모하며 칭찬하는 리더가 그 다음 순위의 리더라는군요. "아이고 무서워, 호랑이보다 더 무섭네, 우리 리더는." 사람들이 벌벌 떨며 무서워하는 리더가 세 번째 리더라는군요. "뭐, 저 딴 게 리더야. 세상 리더 다 죽었군." 사람들이 콧방귀 뀌며 무시하는 리더가 제일 형편없는 리더라는군요. 오늘날의 정치가와 아주 흡사하지요. 만약 리더가 아랫사람을 믿지 못하면 규칙만, 말만 넘치거나 괜한 허세만 부리게 된답니다. 최고의 리더는 다스림이 끝났으면 조용히 물러날 줄 안답니다. 그러면 아랫사..

삶의나침반 2006.04.07

화야산의 봄꽃

봄꽃을 보러 화야산 큰골을 찾아갔다. 화야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다. 부근을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산에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첫길이어선지 큰골입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꽃을 보러 갈 때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요사이는 꽃이 피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나같이 개인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애로가 많다. 화야산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 산 지도를 보고 그냥 계곡을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다. 희귀한 꽃이라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체적인 장소를 밝혀줬으면 어떨까 싶다. 이번에는 큰골을 선택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었다. 제비꽃, 현호색, 얼레지, 처녀치마, ..

꽃들의향기 2006.04.06

TAO[16]

비움은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흐름을 받아들이려면 비움으로 고요한 마음을 가지세요. 고요하게 비워진 마음에는 보려 해도 보이지 않던 심상이 떠오르기 시작한답니다. 만물은 태어나서 자라고 움직이지만 결국에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법. 조용히 돌아가지요. 물이 흘러 흘러 이르는 곳은 - 바다 초목이 뻗어 뻗어 이르는 곳은 - 대지 고요한 바다, 고요한 대지로 돌아가지요. 모든 것은 커다란 흐름을 따라 정해진 곳으로 돌아간답니다. - 그리고 다시 태아남을 기다리지요. 아주 조용히. 이것이 지혜이지요. 모든 번뇌의 싹은 이 지혜를 모르는 것에서 비롯한답니다. 정해진 곳으로 돌아가 조용히 다시 태어나는 지혜를 얻는다면 마음이 넓어지지 않을까요? 마음이 넓어지면 행동이 너그..

삶의나침반 2006.04.06

주읍리 산수유마을

터에서 돌아오는 길에 개군면에 있는 산수유마을에 들리다. 양평군 개군면에서는 이번 주말에 산수유축제가 열리는데 내가 찾은 곳은 주읍리였다. 좁은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니 산수유꽃으로 둘러싸인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 전체가 노란 산수유꽃으로 덮여 있었다. 생각보다 꽃도 예쁘고 나무도 연륜이 오래 되었으며 규모도 컸다. 작은 디카를 들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았는데 마을 뒤편에 우뚝 솟아있는 산이 인상적이었다. 마당에 나와계신 할아버지에게 산 이름을 물었더니 해발 515m의 주읍산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나무 하러 저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셨다는 얘기도 해 주신다. 아직 축제 전 평일인데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특히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흘깃 눈길을 돌려보니 수채화로 그린 산수유마을 풍경이..

꽃들의향기 2006.04.05

물을 넣다

동파를 막기 위해 보일러의 물을 빼고 겨우내 비워두었던 터에 다시 물을 넣었다. 물 빼는 작업과 마찬가지로 물을 넣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해체한 보일러를 다시 연결하고 에어를 빼내기 위해 보일러관에 물이 꽉 차게 하는 일에거의 두 시간 정도걸렸다. 넉 달이 넘어서 다시 보일러가 돌고 바닥에 온기가 돌아오니 마치 냉동인간이 깨어나 몸에 따뜻한 피가 흐르게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집도 정이 들면 생명을 가진 존재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아껴 주고 잘 관리해 주면 활기에 차 보이지만, 무관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왠지 쓸쓸해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보일러를 통해 물이 돌아가고 그래서 발바닥으로 따뜻한 기운이느껴질 때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드는 것이었다. 이젠 터에서 정을..

참살이의꿈 2006.04.05

봄비가 촉촉이 내리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남쪽 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것 같은데 이곳은 무엇이 그리 조심스러운지 곱게만 내린다. 초봄이면 늘 가뭄에 시달리는데 그래선지 이맘 때 내리는 비는 모두에게 반갑다. 사무실 앞 활짝 핀 목련과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는 매화가 봄비를 맞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남녘은 이미 매화가 졌겠지만 여기는 이제 시작이다. 느릿느릿한 봄의 여신의 발걸음이 드디어 이곳에도 도착했다. 온 들판을 눈부시게 장식하는 꽃의 향연이 아니면 어떠랴. 한 그루의 매실나무, 한 송이의 매화에도 온 봄의 정기가 담겨있는 것을. 이런 날은 봄이 오는 들길을, 아니면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다. 도시의 매연 냄새 아직 모르는 공기로 호흡하며, 온통 살아있는 존재들의 숨소리 듣고 싶다. 저 질식할 것 같은 벽돌길 대..

사진속일상 2006.04.04

봄 감기

봄 감기가 가족 전체에게 찾아왔다. 제일 먼저 아내에게 나타난 증상이 아이들을 거쳐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아내는올봄에 특히 더 힘들어한다. 감기뿐만 아니라 몸 이곳저곳이 아파 몇 주째 바깥 나들이를 못하고 집안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 가족에겐 잔인한 봄이 되고 있다. 젊은 아이들은빨리 회복이 되는데 어른들은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다. 아내는 약과 병원을 무척 좋아한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믿는 편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반면에 나는 되도록이면 병원이나 약 사용을 삼가한다. 한번 아플 때마다약을 먹어라, 병원에 갔다와라는 아내의 잔소리와, 안 먹는다, 안 간다라는 내 고집이 부딪쳐 마찰음이 난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감기의 경우에는 약의 효능을 나는 별로 믿지 않는다. 대신에 최상의 방법은 푹 쉬는 것이라고 ..

사진속일상 2006.04.04

입장의 동일함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관찰 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적 연대가, 실천적 연대 보다는 입장의 동일함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 잘 알려진 신영복 님의 글이다. 님이 관계의 최고 형태라고 한 '입장의 동일함'이란 과연 어떤 것이며, 그것을 과연 내가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가끔씩 이리저리생각해 보게 된다. 관찰에서 애정, 애정에서 실천적 연대, 실천적 연대에서 입장의 동일함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나와 그것에서 나와 너의 단계를 지나 궁극적으로 하나됨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라는 말을 잘 쓰..

길위의단상 2006.04.03

TAO[15]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타오를 깨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의 모습은 보일 듯 말 듯 신비로우며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깊이는 자로 잴 수 없을 만큼 그윽했습니다.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가르쳐 달라고요? 글쎄요, 언어로 표현하려면 비유를 들어 말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그의 신중한 몸짓은 살금살금 살얼음 강을 건너는 아낙네 같으며,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은 난생 처음 산길을 지나는 나그네 같으며, 다소곳한 모양새는 남의 집을 처음 방문한 손님 같으며, 남과 노니는 모습은 얼음이 녹아 물 흐르듯 부드럽네요. 그 소박한 모습은 산에서 갓 빼어내 다듬지 않은 통나무 같으며 그 마음의 깊이는 탁 트인 계곡을 연상케 하네요. 고여 있어서 희끄무레한 탁류 같다가도 흘러 흘러 어느새 깨끗한 청정수 - ..

삶의나침반 2006.04.02

돌단풍

풀을 보면 그들도 좋아하는 환경이 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햇빛을 좋아하는 놈, 응달을 좋아하는 놈, 습기 많은 땅을 좋아하는 놈,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놈 등 풀마다 각양각색이다. 인간의 눈에는 척박한 땅으로 보이건만 굳이 그런 땅을 자신의 터로 잡고 살아가는 풀도 있다. 환경이 좋아보이는 곳으로 옮겨주면 도리어 적응을 하지 못하고 시들어버린다.흔히 사람들이 산에 있는 꽃을 캐 와서 화단에 심는데 어쩌면 그건 인간의 소유욕일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돌단풍은 말 그대로 돌이나 바위 틈에서 자란다. 아마 그곳이 돌단풍에게는 가장 따스하고 편안한 보금자리일 것이다. 이른 봄에 돌단풍이 꽃몽우리를 달고 꽃대를 내미는 모습은 앙징스러우면서도 힘차다. 그리고는 곧 화..

꽃들의향기 2006.04.01

TAO[14]

다섯 가지 감각으로 느낄 수 없어도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답니다. 티끌보다 더 작은 것은 아무리 보려고 발버둥 쳐도 보이지 않지요. 도둑 발자국 소리보다 더 작은 것은 아무리 들으려고 발버둥 쳐도 들리지 않지요. 스르르 미끄러지는 실크보다 더 부드러운 것은 아무리 만지려고 발버둥 쳐도 만져지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작은 것보다 더 작은 것은 작으니까 서로 잘 섞인답니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부드럽게 녹아있는 공간, 그곳이 '무(無)' 혹은 '공(空)'으로 보일지라도 진정으로 존재하는 곳이라 믿고 싶습니다. 그곳은 올라가고 또 올라간다고 이 세상 환히 비추는 밝음만 있는 게 아니고,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고 이 세상 시커멓게 물들이는 어둠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하얗다가 까맣..

삶의나침반 200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