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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노트(5)

1977/9/2 환경을 떠나서 인간이란 생각할 수 없다. 실로 위대한 정신의 소유자인 인간이 이토록 철저히 자연에 지배당해 있다는데 놀라울 뿐이다.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행복해 하는 노예처럼 인간도 그런 것인가. 두뇌의 활동, 혈액의 순환, 감정, 의지 이 모든 것이 어느 하나 독립적이며 완전한 게 있는가. 다만 우리는 그것을 이상화시켜 추상하고 있을 뿐, 한 조그만 물질이 대자연의 물질에 종속되는 관계- 그런 보이지 않는 연관이 상호 작용되고 있다. 물질이 정신을 창조하고 그것이 인간이 되다. 인간의 운명은 저 모래알이나 다름이 없다. 이것을 긍정하는 건 지극히 괴로운 일이건만 그러나 행복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닐까. 얼마나 기다렸는가, 포상 휴가라는 이름이 나의 것이 되기를.... 오늘 또 2명이 출..

길위의단상 2006.08.10

젊은 날의 노트(4)

1977/1/2 저녁,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새 석양 아래 반짝이는 피곤함 1977/1/9 들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은 차라리 내가 그렇게 하고 싶도록 그립다. 1977/1/30 일상의 모든 생활이 가면처럼 보인다. 모든 걸 훌훌 벗어 던지고 나 자신으로 돌아오면 막막한 허허벌판, 거기에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인정에 울고 세상사에 울고 분내던 것, 이 모든 것은 이젠 타버린 재. 석양의 길을 홀로 걸으면 짓눌러오는 세월- 가슴으로 바람이 새 나간다. 유행말로 언제 끝나려나. 사회 공기가 그토록 감미롭게 느껴지지만 어디서나 인간 본연의 모습은 마찬가지겠지. 오늘도 신문엔 화려한 낱말이 사회면을 장식한다. 그 언어의 의미가 왜 사라졌는가. 체험적으로 그걸 느끼려는가. 새로 탄생하려면 옛 것은 버려져야 하..

길위의단상 2006.08.10

젊은 날의 노트(3)

1973/10/3 ‘어떻게 살 것인가?’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가 나의 관심사가 된다는 것은 人生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딴 사람의 각본대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애통한 일인가! 타인의 눈을 살필 필요가 없다. 나의 약점을 감출 필요도 없다. 굳건한 生의 목표를 잡았으면 - 아니 아직 그런 것이 없다 할지라도 일시적인 행동의 좌표는 있을 것이다 -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세상은 속일지라도 나 자신을 배반할 수는 없다. 나는 결국 cynical해져야 한다. heroism을 가져야 한다. 音樂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哲學과 音樂에 미쳐보고 싶구나. 밤새도록 감미로운 音樂에 취해 봤으면.... 나는 英雄도 못되고 졸부도 아닌가? 중간 존재란 얼마나 ..

길위의단상 2006.08.10

젊은 날의 노트(2)

1973/9/2 목사의 설교에서 극동방송과 권신찬 목사에 대한 비판이 신랄했다. 몇 달 전 권목사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는 나로선 이 상반된 異見에 적잖이 당혹할 수 밖에 없었다. 비판 요지는 다음과 같다. ‘권목사는 극동방송을 통해서 무교회사상을 제창하고 있다. 그는 구원과 부활을 강조하면서 교회는 타락했으며 목사는 ××꾼이고 헌금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는 말로서 신도를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구원과 부활에 대한 강조는 좋다. 그러나 교회로 통하지 않고 구원의 확신을 얻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 교회와 목사가 좀 부족하다 하다라도 그 필요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권목사의 설교를 들을 때는 아무 느낌도 없이 들었는데 그는 그 때 이렇게 강조한 것 같다. ‘현재의 교회는 타락하고 썩어있다. 오직..

길위의단상 2006.08.10

젊은 날의 노트(1)

1973/8/3 (持續의 原則) 모든 現象은 對象 자체로서의 持續的인 것을 포함하고 있다. 또 持續的인 것의 規定이며 對象이 存在하는 방식인 可變的인 것을 포함하고 있다 (生産의 原則) 生起하는 모든 것은 어떤 것을 前提하며 그것에 뒤쫓아서 하나의 規則에 따라 繼起한다 이것의 認識은 a priori한 表象으로 돌려야겠다. 當爲를 證明한다는 것은 當爲에 맞게 채색하는 論理的 誤謬를 범할 可能性이 恒存하기 때문이다 몽테에뉴錄에서 「賢人이란 정반대의 行動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기서 行動뿐만 아니라 思想까지 포함시킨다면 정곡을 찌른 틀림없는 鐵則이 될 것이라 믿는다. 雜多한 知識만 알고 있는 자가 賢人이 될 수 없고 그 知를 理解, 자기 것으로 消化하여 확고한 자기 思想을 완성한 信念을 가진 자만이..

길위의단상 2006.08.10

아름다운 저녁 시간

늦은 감자를 캐고 옥수수의 첫 수확을 했다. 감자고 옥수수고 올해는 결실이 영 시원찮다. 수 년 중 최악의 결과다. 이것은 주인장의 마음 탓이고, 중간 관리를 제대로 안해 준 탓이다. 초라한 수확물을 들여다보니 주인을 잘못 만나 제대로 영글지도 못했는가 싶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얘들아,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해!" 두 주 전에 밭고랑의 풀을 뽑고,뽑은 풀로 고랑을 덮어 두었다. 다른 풀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풀들이 다시 뿌리를 내리며 살아나고 있다. 지난 번 막바지 장맛비에 힘을 얻었는가 보다. 그래서 다시 뒤집어 주어야 했다. 다행히 아직은 뿌리가 깊지 않아 땅에서 잘 떨어진다. 어찌 보면 잔인한 노릇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작물 가꾸기란 인간의 필요에..

참살이의꿈 2006.08.07

듣기 / 연인선

마른 강아지풀도 말을 한다 노란 아카시아도 말을 한다 도시를 메운 문명의 소리에 길든 사람들 고요를 못 견뎌 통하지도 않는 말에 매달려 하루, 한달, 일년, 생을 난다 그 사이 사방 귀머거리 된 살기 바쁜 사람들 옆에서 씨앗 피며 봉오리 터지며 나무 크며 단풍 타며 낙엽 털며 자연이 소리없이 말을 한다 누가 듣지 않아도 좋은 자기만의 말을 생명의 말을 한다 그 말 듣기 얼마나 복된가 - 듣기 / 연인선 무슨 영화였던가, 해 뜨는 소리를 듣기 위해 천사들이 바닷가로 모이는 장면이있었다.우리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소리가 없어서가 아니다. 우리 청각의 한계거나, 아니면 들을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불행하게도 현대인은 문명의 소리에 귀 멀어 자연의 소리에는 귀머거리가 되어가고 ..

시읽는기쁨 2006.08.07

TAO[44]

당신은 돈이나 지위가 소중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건강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세요? 돈이나 지위보다 건강이 더 소중하다고 대답한 당신, 하지만 정작 오늘 하루도 당신은 돈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당신의 몸을 혹사시키지 않았나요? 아니, 무엇을 얻는 게 이득이고 무엇을 잃는 게 손해인지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있나요? 돈을 쌓아 두면 좀더 큰 것을 잃게 된대요. 지위에 집착하면 좀더 소중한 것을 잃게 된대요. 그렇다면 무엇이 더 크고 소중한 것일까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 위해서 지금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무엇일까요? 타오와 함께 하는 사람이 '마음의 평화'라고 귀띔해 주네요.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남에게 요구하지 않으며 '그래 이거..

삶의나침반 2006.08.04

꼬리조팝나무

여름꽃들이 대부분 화려한 색깔을 뽐내지만 꼬리조팝나무꽃의 색깔 또한 곱고도 화려하다. 나무꽃들 중에서 가장 크고 고운 분홍빛을 자랑한다.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원추형의 멋진 모양을 만든다. 봄에 흰 꽃이 피는 조팝나무와 같은 장미과의 작은키나무다. 그리고 습기가 있는 곳을 좋아한다. 겉으로의 생김새는 두 나무가 딴판으로 보이지만 실은 같은 종류라고 한다. 뜨거운 여름, 산기슭이나 냇가에서 이 꽃을 만나면 초록에 길들여진 눈이 번쩍 하고 떠진다. 그리고 누구라도 그 화사한 분홍빛의 마력에 빠져들 듯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꽃들의향기 2006.08.04

하늘말나리

하늘말나리는 꽃잎이 하늘을 향하고 있다. 마치 하늘을 향해 펼쳐진 안테나와 같다. 그래서 마치 하늘과 얘기를 나누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말나리는 여름의 흰 구름을 무척 사모하는가 보다. 생물학적으로는 이런 자세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이 있을 것이다. 아마위쪽을 날아가는 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는 이런 모습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도 같다. 하늘말나리를 보면 꽃의 색깔이나 모양 하나하나에도 번식을 위한 독특한 진화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은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쟁의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결코 어느 한 종의 지배나 전횡이 용납되지 않는다. 큰 것과 작은 것 사이의 조화로운 공존이 아름다운 자연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큰 것은 큰 것대로,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고유의 ..

꽃들의향기 2006.08.04

물향기수목원

Y 형과 같이 물향기수목원에 다녀왔다. 이 수목원은 지난 봄에 개원했는데 경기도에서 오산시 수청동 10만 평 부지에 조성했다. 물향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생식물원과 습지생태원이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안내문에 보면 16 개의 주제원에 16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차분히 관람하자면 하루도 모자랄 정도로 넓었고 도립이지만 정성들여 만든 흔적을 어디서나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주관람로를 따라 여름꽃 중심으로 관찰했는데 다만 아쉬웠던 것은 날씨가 더워서 제대로 식물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Y를 통해서 그동안 헷갈렸던 꽃이름도 몇 가지 바로잡을 수 있었다. 위치로나 경치로나 이 수목원의 중심은 수생식물원이다. 가운데 섬이 있는 넓은 연못에 창포, 부들, 부처꽃, 택사 같은 수..

꽃들의향기 2006.08.03

뒷산으로 피하다

집 앞에서 도로의 경계석을 바꾸고 다시 포장을 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중장비의 소음과 먼지로 이 한여름에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의미있게 생각되는 작업이라면 어떤 고통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만, 도대체 안 했으면 더 나을 것 같기에 스트레스가 더하다. 아직 멀쩡한 시멘트 경계석이고 포장 상태도 깨끗한데 무엇 때문에 화강암으로 교체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면 도시에서 시행되는공사들 중 이런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미관을 위해서 엄청난 낭비를 하는 셈이다. 아니면 이런 사업이라도 벌려야 경기가 활성화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 유지되는 경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대규모로 에너지 소비를 하면서 살아갈 ..

사진속일상 2006.08.02

미워도 다시 한 번

나이가 들수록 부부싸움을 하는 빈도가 줄어들고 강도 또한 약해진다. 세월의 강물이 모난 부분을 깎아내어 부드럽게 만들기 때문이다.또 나이가 들수록 생활이나 생각이 단순해지는 탓이기도 하다. 젊었을 때는 여러 면에서 성격이나 생각 차이로 다투게 된다. 어쩌면 그런 것이 당연하기도 하다. 우리 같은 경우는 부모님 관계로 제일 많이 티격태격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크면서는 자식 때문에 자주 다투게 되었다. 두 입장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는 매우 힘들고 대개 어느 한 쪽이 포기하는 입장이 되어야 사태가 해결된다. 교육 문제에서는 나는 내 방식대로 할 수가 없었다. 요사이는 서로간의 가치관 차이 때문에 가끔 고성이 나올 때가 있다.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지만 결국은 서로의 생각을 인정해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화해..

길위의단상 2006.08.02

상사화

외할머니는 20대에 혼자가 되셨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딸 셋을 키우고 청춘의 긴 세월을 독수공방으로 살아오셨다. 그리고 늙어서는 외지에 나간 외손주들을 기르느라 객지 생활로 평생을 사셨다. 외할머니의 속을 어린 손주들이 얼마나 헤아릴 수 있었을까? 예전 어느 날 고향 집 화단에 핀 상사화를 보고 넋두리 하시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꽃은 잎을 못 보고, 잎은 꽃을 못 보고, 얼마나 애달플꼬." 그 말은 분명 당신의 신세를 꽃에 견주어 말씀하신 것으로 나에게는 받아들여졌다. 직접적으로는 한 번도 당신의 일생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없었고, 우리도 또한 물어보지 못했다. 저 상사화를 보면 그때 외할머니의 슬픈 표정이 떠올라 괜히 서글퍼진다. 교정에 상사화가 무리를 지어 피었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 나왔..

꽃들의향기 2006.08.01

어디에다 고개를 숙일까 / 김용택

어디에다가 고개를 숙일까 아침 이슬을 털며 논길을 걸어오는 농부에게 언 땅을 뚫고 돋아나는 쇠뜨기풀에게 얼음 속에 박힌 지구의 눈 같은 개구리 알에게 길어나는 올챙이 다리에게 날마다 그 자리로 넘어가는 해와 뜨는 달과 별에게 그리고 캄캄한 밤에게 저절로 익어 툭 떨어지는 살구에게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둥그렇게 앉아 노는 동네 아이들에게 풀밭에 가만히 앉아 되새김하는 소에게 고기들이 왔다갔다하는 강물에게 호미를 쥔 우리 어머니의 흙 묻은 손에게 그 손 엄지손가락 둘째 마디 낮에 나온 반달 같은 흉터에게 날아가는 호랑나비와 흰나비와 제비와 딱새에게 저무는 날 홀로 술 마시고 취한 시인에게 눈을 끝까지 짊어지고 서 있는 등 굽은 낙락장송에게 날개 다친 새와 새 입에 물린 파란 벌레에게 비 오는 가을 저녁 오래..

시읽는기쁨 2006.08.01

참나리

참나리는 고향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이면 마을 앞 강가에 나가 홀딱 벗고 물장난 치며 노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었다. 여름이면 그 강가에 참나리가 피어났다. 초록 벌판에 키 큰 진홍빛 참나리는 강렬한 인상으로 지금도 남아있다. 당시에는 들꽃에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았겠지만 그래도 여름의 내 유년은 참나리가 늘 배경으로 등장한다. 참나리는 색깔 뿐만 아니라 발랑 뒤로 젖혀진 꽃잎이 매우 도전적이고 유혹적이다. 여름의 뜨거운 정열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꽃잎에 새겨진 까만 반점은 사람에 비유하면 주근깨 가득한 얼굴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참나리를 보면 당당하고 개성이 강하면서도 화려하게 장식한 여인이 연상된다.

꽃들의향기 2006.07.31

Leisure / W. H. Davies

What is this life if, full of care, We have no time to stand and stare No time to stand beneath the boughs And stare as long as sheeps or cows No time to see, when woods we pass, Where squirrels hide their nuts in grass. No time to see, in broad daylight, Streams full of stars, Like skies at night. - Leisure / W. H. Davies 무슨 인생이 그럴까, 근심에 찌들어 가던 길 멈춰 서 바라볼 시간 없다면 양이나 젖소들처럼 나무 아래 서서 쉬엄쉬엄 바라볼 틈 없다..

시읽는기쁨 2006.07.31

TAO[43]

언뜻 보기에는 단단하고 강한 것이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세상 가장 부드러운 것이 이 세상 가장 단단한 것을 부수고 깨뜨려 조각조각 만들어 버린답니다. 공기나 물과 같이, 타오는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단단한 곳에 깊숙이 스며 들어가 어느새 그것을 조각조각 깨뜨려 버린답니다. 제대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그래요, 눈에 보이지 않는 조용한 움직임은 티 나지 않게 그렇게 우리를 도와주고 있답니다. 이렇게 세상 사람들 모르게 하니까 더 대단하고 더 존경할만 하지요. 天下之至柔, 馳騁天下之至堅, 無有入無間. 吾是以知無爲之有益. 不言之敎, 無爲之益, 天下希及之. 흔해 빠져 아무 값어치 없어 보이는 공기나 물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삶의나침반 2006.07.30

TAO[42]

타오의 시작은 카오스였습니다. 그것을 하나라고 하세요. 그 하나에서 음(陰)과 양(陽)이 태어났답니다. 그것을 둘이라고 하세요. 그 둘 사이에서 이 세상 모든 만물, 셋이 태어났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가슴에 품고 있으니 음과 양이 곱게 섞이면 큰 조화를 이룬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아나 미망인의 삶을 원하지 않아요. 하지만 훌륭한 임금이 스스로를 낮추어 부모 잃은 고아, 남편 잃은 여인네라고 불렀듯이 지위가 높은 사람, 많이 가진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겸손해지면 거기에 하나의 조화가 이루어진답니다. 그래요. 낮추면 높아지고 높이면 낮아지지요. 버리고자 마음을 비울 때 오히려 얻을 수 있답니다. 얻고자 욕심을 낼 때는 오히려 잃게 된답니다. 예로부터 이런 진리를 가르쳐 주는 ..

삶의나침반 2006.07.30

긴 장마가 끝나다

유난히 길고도 비가 많았던 2006년의 장마가 끝나가고 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지방의 올해 장마기간 강수량은27일 기준으로 960 mm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최고치는 1966년의 1032 mm인데 오늘까지 내린 비를 더하면 역대 최고 기록으로될 수도 있다. 장마일수 역시 6월 14일에 시작되었으니 오늘까지 잡는다면 46일로 역대 5위의 기록에 해당된다. 그만큼 올 장마는 유별했다. 전국적으로 평균 700 mm 가까운 비가 내렸는데 특히 중부지방이 더했다. 최종 통계가 나온다면 수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올 초여름은 국민들이 빗속에서 지낸 셈이다. 서울지방은 7월달에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4일밖에 되지 않았다. 기상청 보도자료를 보면 금년 장마가 평년보다 2주 정도 길고 강우량도 2배나 되는..

사진속일상 2006.07.29

고난은 신의 선물

터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세 개의 쓰나미를 연속으로 맞고 있습니다. 왜 불행이 찾아올 때는 한꺼번에 몰려서 올까요? 안 되는 집은 죽어라 해도 일이 안 풀리고, 잘 되는 집은 모든 일이 쉽게 뜻한 대로 이루어집니다. 이상하게 생각되는 그런 현상은 확률적으로 볼 때는 당연하다고 합니다. 동전을 수백 회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정확히 50%가 되지만, 실제 나오는 경우는 ‘앞뒤앞뒤앞뒤...’가 아니라 ‘앞앞앞뒤뒤앞뒤뒤앞앞....’ 이런 식이라는 거지요. 그러니 불행에 너무 속 상해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될까요? 개인이건, 민족이건, 국가건 역사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묘하게도 착한 사람이나 집단은 힘들게 살게 되고, 악한 사람이나 집단은 떵떵거리며 호의호식하는 게 세상사이기도 합니다. 뭔가 의미 ..

참살이의꿈 2006.07.29

Imagine

친구야, 역시 우리의 견해차는 좁혀지기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구나. 우리 젊었을 때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던 순수함은 어디로 갔느냐고 내가 물었지만, 되돌아보면 그런 꿈이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현실에 잘 적응하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 않느냐. 그러고 보니 변한 것은 자네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젊었을 때 의기투합하던 마음 사이로 이제는 큰 강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구나. 그 강을 건너간 것은,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 건너기 힘든 강물을 만든 것은 바로 내 탓이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회의를 갖고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 벌써 오래 전 일이 되었다. 그런 변화가 어떻게 찾아왔는지는 설명하기가 어렵구나. 하여튼 내 가치관의 패러다임이 반전하게 되는 계기가 어느 ..

길위의단상 2006.07.28

부처꽃

부처꽃은 습지에서 잘 자란다. 큰 키의 줄기를 따라 붉은색의 작은 꽃들이 촘촘히 달려있다. 여름철 냇가에서 이 꽃을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백중절에 이 꽃을 부처님께 바친다고 해서이름이 부처꽃으로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꽃의 겉모습이나 색깔에서는 불교적인 연상을 하기가 힘들다. 곧 다가오는 음력 7월 보름이 백중절(百中節)이다. 또한불교에서는우란분절(盂蘭盆節)이라고 하여 출가절(2/8), 열반절(2/15), 석탄절(4/5), 성도절(12/8)과 함께 5대 기념일 중 하나이다. 불자들은 이 날 돌아가신 부모나 조상님들을 위해 음식이나 꽃 등을 갖추어서 공양을 올리고, 조상의 영혼이 고통에서 해방되기를 기원한다. 예전에 절에 갔을 때 '백중기도 및 예수재 입재' 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고 '예수'라는 ..

꽃들의향기 2006.07.28

똥파리와 인간 / 김남주

똥파리는 똥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떼지어 붕붕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시궁창이건 오물을 뒤집어쓴 두엄더미건 상관 않고 인간은 돈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무리지어 웅성거리며 산다 그곳이 어디건 범죄의 소굴이건 아비규환의 생지옥이건 상관 않고 보라고 똥 없이 맑고 깨끗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산골짜기 옹달샘 같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떼지어 사는 똥파리를 보라고 돈 없이 가난하고 한적한 데에 가서 이를테면 두메산골 외딴 마을 깊은 데라도 가서 아무도 보지 못할 것이다 무리지어 사는 인간을 산 좋고 물 좋아 살기 좋은 내 고향이란 옛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똥파리에게나 인간에게나 똥파리에게라면 그런 곳은 잠시 쉬었다가 물찌똥이나 한번 씨익 깔기고 돌아서는 곳이고 인간에게라면 그런 곳은 주말이나..

시읽는기쁨 2006.07.27

철이 덜 든 50대

사무실 책상 위에 있는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보고 지나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한다. "이 화면이 마음에 드세요?" "의외입니다." "아니, 당신한테 이런 면이 있다니."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나이답게 놀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가냘픈 소녀가 빨간 우산을 쓰고 있는 바탕화면이 영 내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이 화면은 여러 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고른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속에는 소녀적인 취향이 숨어있음에 틀림없다. 여리고 감성적인 여성성 또한 나를 이루는 한 구성 요소인 것이다. 나 자신도 내 속에 들어있는 나를 알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랴. 그리고 재미있어 하며 한 마디씩 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요."

사진속일상 2006.07.27

앵화 / 무산

어린 날 내 이름은 개똥밭의 개살구나무 벌 나비 질탕한 봄도 꽃인 줄 모르다가 담 넘어 순이 가던 날 피 붉은 줄 알았네 - 앵화 / 무산 '櫻(앵)'은 앵두나무 앵 자이다.동시에 벚나무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앵화(櫻花)'란 앵두꽃이나 벚꽃을 이르는 말이다. 무산 스님은 현재 백담사 회주(會主)로 계시는 시조 작가이시다. 이 시조가 공감을 얻는 것은 우리들 모두의 보편적인 경험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누구의 마음 속에든 그런 순이의 존재가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시조는 인간의 정신적 성숙에대해서도 말해 주고 있다. 그것은 '상실 - 고통 - 눈뜸'이라는 전형적인 과정이다. 어린 날도 역시 하나의 삶이다. 그러나 깨우침의 관점에서 그 시절은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다. 손바닥 만한 하늘을 전 우..

시읽는기쁨 2006.07.21

산수국

산수국을 보면 자연의 디자인 솜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라색, 분홍색, 푸른색, 흰색 등의 조화도 아름답지만, 가운데 자잘한 꽃과바깥을 둘러싼꽃잎들의 배치가무척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깥에 빙 둘러서 피어있는 꽃은 가짜꽃으로 가운데 꽃의 수정을 위해 벌나비를 불러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러니 자신은 무성화인 셈이다. 인간이 아름답게 느끼는 속에는 이렇게생존을 위한 처절함이 있다. 자연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생물의 제일 임무는 후손 번식임을 알게 된다. 식물이고 동물이고 생긴 모양이나 행동의 배후에는 무조건적인 생식의 몸부림이 숨어있는 것이다. 산수국의 꽃 색깔은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여러가지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수정이 끝나면 주변의 무성화는 곧 시들어서 꿀이 없음을 벌나비에게 알..

꽃들의향기 2006.07.20

TAO[41]

참 재미있게도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랍니다. '타오는 정말 대단한 거구나' 타오를 타오 자체로 받아들이는 사람. '글쎄,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타오의 존재를 반신반의하는 사람. '쳇, 있긴 뭐가 있다는 거야.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타오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 당신은 어떤가요? 만약 당신이 타오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이 고마울 따름이예요. 타오의 존재를 부정하며 비웃는 당신 같은 사람이 있기에 타오는 진정한 타오가 될 수 있으니까요. 진짜 타오는 거꾸로 보인답니다. 그것은 밝지만 어둡게 보이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로 물러나는 듯하며 평탄한 아스팔트지만 울퉁불퉁 산길로 보이고 고귀하지만 천박해 보이며 순결하지만 불결해 보이고 소중한 힘이지만 하찮아 ..

삶의나침반 2006.07.20

나무쑥갓

우리말을 쓰고 싶어 나무쑥갓이라 이름 붙였지만, 역시 이 꽃은 마가렛(marguerite)이라 해야 제 맛이 난다. 누가 붙인 이름인지 모르지만 나무쑥갓이란 어감도 별로 어울리진 않는다. 마가렛은 아프리카 원산의 국화과 식물이다. 아프리카 원산인 것도 그렇고, 봄과 여름에 피는 국화인 것도 특이하다. 흰색 꽃잎과 노란색 꽃술이 밝고 화사한데, 이 꽃의 이미지는 순수하고 소박하다 할 수 있다. 밝은 소박미가 이 꽃의 특징이다. 앵자봉 아래에 있는 수녀원 뜰에 마가렛이 가득 피어 있었다. 그때 수녀원 분위기와 함께 이 꽃밭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지금도 마가렛을 보면 수녀원이 먼저 떠오른다. 봉쇄수녀원이어선지 수녀님들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대신에 봄에는 수녀원 건물 앞에 이 꽃이 환하게 피어 있..

꽃들의향기 2006.07.19

촘스키와의 대화

"미국 정부가 원인 제공을 했으므로 테러의 근본적인 책임은 미국 정부에 있으며, 만약 미국 정부가 국제법 절차에 따라 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이야말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희생시키는 테러 집단이다." 이 말은 9. 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한 촘스키(N. Chomsky)의 말이다. 테러 직후 미 전역이 경악과 분노에 휩싸이고 전세계 언론과 지식인들이 한 목소리로 테러에 대한 성토를 하고 있을 때, 보복을 반대하며 미국의 책임을 강조한 촘스키의 메시지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와 같이 촘스키는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불린다. 전공은 언어학이지만 그분의 관심은 정치, 경제 모든 분야에서 세상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집중되고 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세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

읽고본느낌 2006.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