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12

이포보

드라이브를 나간 길에 여주 이포보에 들렀다. 이 며칠 마음이 울적했던 차였다. 몸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연일 비 내리는 궂은 날씨 탓이기도 했다. 거기에 옛 밤골 생활의 기록을 정리하면서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 우울에 우울이 겹쳤다. 기어코 4대강 사업도 끝났고 보도 완성되었다. 공사 중일 때 몇 차례 이 옆을 지날 때는 눈길도 주기 싫었다. 환경운동가들이 여기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공사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놓았을까, 궁금했다. 보 위에 건설된 다리를 따라 반대편까지 갔다 왔다. 이곳에 보가 왜 필요한 건지 현장에서 봐도 의문이 든다. 단순히 물을 막기 위해 이런 거대한 시설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홍보 자료를 보면, 첫째, 물 부족과 홍수 예방. 둘째, 수질 개선..

사진속일상 2012.08.16

흐르는 강물처럼

은 송기역 시인이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이상엽이 사진을 찍은 4대강 기행의 르포르타주다. 2010년 한 해 동안 4대강 공사현장을 답사하며 파괴되는 자연을 글과 사진으로 남겼다. 이 시대가 저지르고 있는 범죄의 고발서다. 책의 부제는 ‘우리 곁을 떠난 강,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화를 내고 분노한들 이젠 대책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올 가을이면 강을 죽이는 속도전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나 같은 보통 사람들은 4대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모른다. 구경꾼이거나 방관자로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며 가끔은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부끄럽다. 이 책은 우리의 눈과 귀를 대신하여 처참한 상처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

읽고본느낌 2011.08.27

병산습지 / 공광규

달뿌리풀이 물별 뜬 강물을 향해 뿌리줄기로 열심히 기어가는 습지입니다 모래 위에 수달이 꼬리를 끌고 가면서 발자국을 꽃잎처럼 찍어 놓았네요 화선지에 매화를 친 수묵화 한 폭입니다 햇살이 정성껏 그림을 말리고 있는데 검은제비꼬리나비가 꽃나무 가지인 줄 알고 앉았다가는 실망했는지 이내 날아갑니다 가끔 소나기가 갯버들 잎을 밟고 와서는 모래 화선지를 말끔하게 깔아놓겠지요 그러면 수달네 식구들이 꼬리를 끌고 나와서 발자국 매화꽃잎을 다시 찍어놓을 것입니다 그런 밤에는 달도 빙긋이 웃겠지요 아마 달이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날은 보나마나 수달네 개구쟁이 아이들이 발자국 매화꽃잎에 위에 똥을 싸 놓고서는 그걸 매화향이라고 우길 때일 것입니다 - 병산습지 / 공광규 검암습지, 마애습지, 풍산습지, 구담습지, 지보습지, ..

시읽는기쁨 2011.08.18

슬픈 내성천

내 고향의 자랑거리를 들라면 내성천을 빼놓을 수 없다. 내성천(乃城川)은 경북 봉화에서 발원하여 영주와 예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길이 110 km 정도의 강이다. 내성천의 특징은 비단 같은 모래사장이다. 흰 모래가 곱고 깨끗해 ‘금모래’라고도 부른다. 강은 부드러운 곡류를 만들며 유유히 흐른다. 산 사이를 휘감아 돌면서 모래사장과 어우러진 강 풍경을 보면 누구라도 시심(詩心)에 젖게 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라는 소월의 시는 바로 내성천을 두고 부른 노래 같다. 강변에서 사람들이 강수욕을 즐기고 있다. 물도리 마을 앞 풍경이다. 내성천 모든 구간이 이런 천연의 휴양지다. 4대강 사업을 한다면서 이 아름..

사진속일상 2011.08.17

서울 놈들만 좋겠네

여주 신륵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의 4대강 공사 현장을 찾았다.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는 모습이 어떨까 무척 궁금했다. 이곳은 상류에 강천보, 하류에 여주보가 세워지는 중간 지점으로 전에는 황금 모래사장으로 유명한 유원지였다. 그러나 그 아름답던 여강(驪江) 풍경은 다 사라졌고 지금은 거대한 제방과 흙더미만 쌓여있다. 이렇게까지 살벌하게 변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건 강이 아니라 수로라고 해야 옳다. 어떻게 한 순간에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지,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졌다. 신륵사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강월헌(江月軒)에 섰다. 마침 단체 관광을 온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해설사의 설명을 들었다. 그분은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나옹선사의 시..

사진속일상 2011.06.16

추기경의 궤변

"4대강 사업도 발전을 위한 개발이라면 무난하다." "발전을 위한 개발이냐, 파괴를 위한 개발이냐는 자연과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다룰 문제이지 종교의 분야는 아니다." "정치와 경제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다.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밤새면서 전력을 다하는 전문가들이 있고,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문가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하느님 뜻을 헤아리는 데는 밤낮 생각하니까 하느님 뜻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다." 지난 8일의 추기경 발언이 이랬다. 어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추기경의 궤변'이라는 제목으로 비판 성명서를 발표했다. 고령을 감안하고 막중한 직무를 존중하여 추기경에 대한 쓴 소리는 삼가고 삼갔다. 그런데 더 이상의 인내는..

길위의단상 2010.12.11

너는 누구에게 물어보았니 / 송경동

너는 물어보았니 그 강변 땅 위의 별인 조약돌들에게 골재가 되고 싶으냐, 라고 물어보았니 달빛 고운 여울목에서 맑은 돌눈이 되어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고 싶니, 아니면 흙탕물 속에 수장된 병든 자갈눈이 되고 싶니, 라고 강변에서 볕에 마르는 탄탄한 몸이 되고 싶은지 물이끼 촉촉이 서린 서늘한 몸이 되고 싶은지 너는 물어보았니 그 강물 속 물고기들에게 버들치에게 꺾쇠에게 피리에게 물어보았니 흐르는 물살을 따라 어디까지 가고 싶은 여행이었는지 물어보았니 우웅우웅 하루에도 몇 번씩 스크루 갈퀴가 캐터필러처럼 불도저처럼 삽날처럼 강바닥을 헤집는 탁류 속에서 살고 싶은지, 상수원 맑은 물 속 조용한 빛화살촉들로 살고 싶은지 물어보았니 갑문 앞에서 줄지어 섰다 우르르 내쫓겨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난민들의 피난 행렬이..

시읽는기쁨 2010.08.25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4대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미 전체 공정의 30%가 달성되었다고 한다. 시민들과 학계, 종교계에서 아무리 반대해도 이 정권은 마이동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어제는 수행하시던 스님 한 분이 4대강 반대를 유서로 남기고 분신하였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강이 파헤쳐지면서 대규모의 환경 파괴가자행되는 현실에 가슴이 무너질 듯 아플 것이다. 이 정권은 작은 하천도 아니고국토의 중요 강 전체를 한꺼번에 돌격전 하듯이 2년 안에 절단내겠다고 한다. 물론 그들도 나름대로의 명분은 있다. 그러나 국민의 다수가 반대하는 목소리도 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 우선 지금이라도 4대강 사업을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재검토를 해야 된다고 본다.제발 그..

길위의단상 2010.06.01

스님의 눈물

며칠 전 서울 조계사에서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한강선원(漢江禪院) 개원식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수경 스님이 기도를 드리며 울고 있다. 비록 사진으로 본 스님의 모습이지만 마음이 아파서 한참을 떠나지 못했다. 이 정권은 가증스럽게도 '4대강 살리기'라는 언어의 유희를 하면서 서슴없이 생명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다. 국민 과반수가 반대해도 마이동풍으로 밀어붙이는 저 배짱은 무엇인가. 자신의 임기 안에 강을 다 파헤쳐야 속이 시원하다는 듯 공사 현장은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제발 강 하나만 건드려서 마음 먹은대로 만들어 보아라. 정말 강이 살아나고 온 생명과 공존하는 개발이라면 어느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리고 이 거대 사업이 10년이 걸리고 20년이 걸리면 어떠랴. 이 정권은 조루증에 ..

길위의단상 2010.05.28

놀란 강 / 공광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 놀란 강 / 공광규 그들은 독한 사람들이다. 22조라는 거금을 쏟아부어 강을 파헤치겠단다. '4대강 살리기'라고? 웃기는 소리다. 그들은 지방 토호들과 일부 건설업자들 배를 불리기 위해 강을 죽이려 한다. 자연을 개발과 투기의 대상으로만 보는 저들의 시선이 무섭다. 모든 것이 돈으로만 보이는 ..

시읽는기쁨 2009.07.09

이은하와 지율 스님

'우리나라 아름다운 산천과 물줄기가 있는데 그 경치를 이제까지 버려두고 있었네 모두가 버려진 물줄기 속에(새로운 희망이 있어) 모두가 노력한다면(우린 웃을 수 있어)...' 이렇게 시작하는'한반도 대운하'라는 노래를 가수 이은하 씨가 불러 논란이 되고 있다. 본인도 운하 찬성론자라고 말했지만 가사를 보면 영락없는 '대운하 찬양 송'이다. 하필새 정권이 출범한지 얼마 안 된 민감한 시기에 이런 노래가 나왔으니 그 저의를 의심할 법도 하게 생겼다. 대운하 건설은 후보 시절 이명박의 공약이었지만 그에 대한 논란은 흐지부지 되었다.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복된 상태지만 신정부 측에서는 언제라도 강행할 태세다. 그런 점에서 운하 건설에 대하여 찬반 논란이 가열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런 논의 과정을 ..

길위의단상 200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