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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다오 / 김정국 본문

시읽는기쁨

참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다오 / 김정국

샌. 2026. 1. 10. 08:17

我田雖不饒

日飽則有餘

我廬雖阨陋

一身常晏餘

晴窓朝日昇

依枕看古書

有酒吾自斟

榮疩不關予

勿謂我無聊

眞樂在閑居

 

- 眞樂在閑居 / 金正國

 

내 밭이 비록 많지 않아도

배 하나 채우기에 넉넉하고

내 집이 비록 좁고 누추해도

이 한 몸은 늘 편안하다네

밝은 창에 아침 해 떠오르면

베개에 기대어 옛 책을 읽는다네

술이 있어 스스로 따라 마시니

영고성쇠는 나와 무관하네

내가 심심하리라 생각지 말게

참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다오

 

 

김정국(1485~1541)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09년 별시문과에 급제하여 황해도관찰사 등을 지냈으나, 1519년 기묘사화로 파직당해 고향에서 칩거하고 있었다. 어느 날 지인이 위로차 보낸 편지에 이 시로 답을 해 주었다고 한다. 아마도 시골 생활이 심심하고 적적하지 않느냐고 물었던 모양이다. 선생은 '참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다'라고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런 자세는 조선 선비들의 공통된 마음가짐이었던 것 같다.

 

높은 벼슬자리가 아니었더라도 생업을 마치고 나면 누구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심심해서 어떻게 지낼 거냐?"라는 질문이다. 당사자도 그런 상태를 두려워한다. 바쁘게 살았던 사람일수록 심하다. 그래서 무언가 몰두할 취미나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사람들은 텅 빈 여백이 주는 즐거움을 모른다. 한거(閑居)와 독락(獨樂)의 달콤한 맛을 아는 사람은 행복하다. 2026년의 첫 시로 삼으며 낮은 목소리로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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