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기차의 꿈 본문

'잘 살아낸 삶보다 잘 견뎌낸 삶이 더 귀하다'라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시련과 고난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인생의 위기를 어떻게 견뎌내고 극복해 나가느냐에 인생의 가치가 결정되지 않을까. 행복은 잘 견뎌낸 불행이라고 한다.
20세기 초 철도 건설 노동자며 벌목공으로 살아가는 로버트 그레이니어가 주인공이다. 아내와 딸을 두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갑자기 발생한 산불로 가족과 집을 잃어버린다. 믿고 의지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영화는 상실과 그리움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다독이며 의연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의 삶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로버트는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나와 우리로 치환될 수 있는 사람이어서 안타깝게 지켜보게 된다. 거친 노동이지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에게는 자연이 가르쳐준 삶의 지혜가 있다. 철도가 놓이고 기차가 달리고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세상의 변화를 그는 담담히 바라본다. 자주 환상에 시달리지만 그에게 일어난 거대한 비극마저 이겨나갈 내적인 힘을 갖춘 것이다. 만물은 서로 얽혀있으며 홀로인 것은 없다는 깨달음에서 그는 세상에서 떨어져 관조의 삶을 살 수 있었는지 모른다.
막무가내로 굴러가는 역사의 수레바퀴 앞에서 인간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 로버트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너무 소극적인 순응의 태도로 보일 수도 있다. 영화는 개발에 따른 자연 파괴, 인종차별 등 시대의 폭력도 지적한다. 서부 개척 영화가 보여주는 폭력이나 영웅담을 거부한다. 어느 시대에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무수한 삶들이 있었다. 이 영화는 모두가 고군분투한 삶이었을, 평범하나 비범했을 그들의 삶에 바치는 헌사가 아닐까 싶다.
영화 '기차의 꿈'은 한 인간의 삶이 전해주는 깊은 울림이 있다. 그는 험한 시대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지켜나갔다. 상실과 회복의 과정에서 그가 지켜낸 인간의 선성(善性)이 아름다웠고, 로버트 역을 맡은 배우의 절제된 연기도 돋보였다.
'기차의 꿈'은 데니스 존슨의 같은 이름의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한다. 영어 제목이 'Train Dreams'인데 제목과 내용이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책을 읽어봐야 명확해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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