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본문

읽고본느낌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샌. 2026. 1. 14. 11:43

이란 반정부 시위가 끔찍하게 전개되고 있다. 바깥 세계와 차단된 가운데 호메이니 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희생자가 1천 명이 넘었다는 보도도 있다. 이런 비극이 21세기에도 거침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놀랍다.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의 폭력성이 개선되는 것 같지 않다. 덩달아 이슬람교도 비난을 받고 있다. 테러에 연관된 일이 많다 보니 이슬람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다. 

 

이 책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서강대학교의 박현도 선생이 쓴 이슬람교 소개서다. 부제가 '무함마드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대하여'이다. 제목과 부제 그대로 일반인이 오해하는 이슬람교에 대한 관점을 바로잡기 위해 썼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무함마드의 생애에서 시작해 이슬람교가 성립하고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 순니파와 시아파 등의 차이, 수피의 영적 세계, 현대의 이슬람 근본주의를 개괄하여 다룬다. 

 

무슬림은 아담에서 시작한 예언자 전승이 예수를 거쳐 무함마드에 이르러 완성되었다고 믿는다. 하나님이 인류에게 보낸 마지막 예언자가 무함마드인 것이다. 그러므로 무함마드는 예언자 계보를 완성한 위대한 인물이다. 무함마드는 신이 아니다. 하나님이 인류를 위해 보낸 가장 위대한 예언자라는 점에서 무슬림은 무함마드를 극진히 존중한다. 인간이지만 인간 이상의 존재다.

 

이 책에서는 수피를 소개한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전에 루미의 시에 빠진 적이 있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갔다. 수피가 대표하는 이슬람 신비주의와 영성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 타 종교와 합일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열 명의 수피가 나온다. 그중에서 라비아와 할라즈가 눈에 띄었다.

 

라비아는 8세기에 이라크 바스라에서 살았던 최초의 여성 수피였다. 그녀는 한 손에는 양동이, 또 다른 손에는 횃불을 들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이유를 물으니 이렇게 답했다.

"지옥을 두려워해서나 천국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온전히 그분의 영원한 아름다움 때문에 하나님을 숭배하도록 지옥에는 물을 붓고 천국에는 불을 질러 둘을 가르는 장벽을 없애려 합니다."

선불교의 살불살조(殺佛殺祖)를 연상시킨다.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사랑 앞에 천국과 지옥의 구별이란 의미가 없었다. 라비아의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은 깊고도 간절했다.

"오, 주님. 별들은 빛나고, 사람들은 눈을 감고, 왕들은 문을 닫았고, 연인들은 함께 하지만, 저는 여기 당신과 있습니다."

 

심지어 10세기의 수피 할라즈는 "나는 하나님이다"라고까지 말했다. 하나님 체험을 한 후 하나님으로 가득 차 있는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 말이다. 하나님에 취해서 자신의 자아는 완전히 소멸했다. 창조주와 피조물의 엄격한 구분을 강조하는 이슬람 법학자에게 이러한 도발을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할라즈는 신성모독죄로 처형당했다.

 

이슬람교는 이런 수피들의 영적 자원을 회복하는 데서 다시 태어나야 하지 않나 싶다. 종교의 진리에 대한 독점, 오만이 권력욕과 합쳐지면 세상을 피비린내로 덮는다. 알카에다, 탈레반, IS 같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비난 받는 연유다. 이란의 호메이니 신정 독재 정권이 끼친 폐해는 범죄에 가깝다. 그렇다고 쫓겨났던 팔레비 왕조를 두둔할 생각도 없지만.

 

서구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무함마드와 이슬람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받고 있다. 마치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보는 격이다. 이 책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은 이슬람교의 핵심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슬람교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설명한다. 책을 읽어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은 있다. 현재의 이슬람교가 너무 형식적이며 율법에 매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수피들의 오로지 하나님 사랑은 보석처럼 빛난다. 가난한 자를 보살피고 구제하는 일 같은 이슬람교의 근본정신을 지키면서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는 이슬람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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