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겨울 아침 본문

2026년이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을 뿐인데 세계정세가 어수선하다. 새해가 열린 직후인 1월 3일에 미국이 군사 작전을 펼쳐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해 갔다. 그 여파로 쿠바 정권은 붕괴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도 조심하라고 겁박하는 중이다. 더해서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이란을 폭격하겠다고 공언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은 점점 도를 더해간다. 세계가 혼돈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 같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가 불안하다. 21세기에 들어설 때만 해도 전쟁 없는 평화의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얼마 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1차 세계대전을 앞둔 분위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보불전쟁이 끝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은 전쟁 없는 평화를 누리며 번성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시기는 1914년, 한 순간에 깨졌다. 지금이 그때와 자꾸 비교된다. 기우이기를 바란다.

여수천과 탄천을 걸어 모임에 나가는 길이 착잡했다. 세계의 흐름만일까, 개인적인 주변 일도 마찬가지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 먹구름이 언제 어디서 덮쳐올지 알 수 없다. 삶이란 본래 그런 것이거늘 무슨 호들갑이냐는 생각도 든다. 한 노인네의 가련한 노파심이기를.
겨울 아침의 천변 산책로에는 아직 덜 녹은 눈이 깔려 있었다. 백로의 유유한 자태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