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사기[65] 본문

삶의나침반

사기[65]

샌. 2026. 2. 7. 10:03

문제가 일찍이 종기를 앓았는데, 등통은 황제를 위해 늘 종기의 고름을 빨아 내었다. 문제는 마음이 편치 못하므로 조용히 등통에게 물어보았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나를 사랑하느냐?"
등통이 대답했다

"물론 태자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태자가 문병하려 들어오자 문제는 태자에게 종기의 고름을 빨아내게 했다. 태자는 종기를 빨아내기는 했으나 난감해했다. 얼마 뒤 태자는 등통이 황제를 위해 늘 종기의 고름을 빨아낸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부끄러워하면서도 이로 인해 등통을 원망하게 되었다.

 

- 사기(史記) 65, 영행열전(佞幸列傳)

 

 

영행(佞幸)이란 아첨으로 황제의 총애를 받는다는 뜻이다. 능력은 없이 황제의 비위를 잘 맞추어 권력을 누린 자들을 말한다. 이들의 끝은 좋지 않았다. <영행열전>에는 문제 때 등통, 무제 때 한인과 이연년이 나온다.

 

등통(鄧通)은 문제가 꿈에서 본 게 인연이 되어 황제 곁에 있게 되었다. 등통에게는 아무 재능이 없고 오직 자기 한 몸을 삼가며 황제의 비위를 잘 맞출 뿐이었다. 얼마나 황제 마음에 들었는지 황제가 등통 집으로 가서 놀기도 할 정도였다. 관상 보는 사람이 등통은 나중에 가난해서 굶어 죽을 상이라고 하자, 황제는 자신이 뒤에 있는데 왜 가난하냐면서 등통에게 구리 광산을 주고 마음대로 돈을 만들어 쓸 수 있게 하였다. 등통전(鄧通錢)이 온 나라에 퍼질 정도로 부자가 되었다.

 

위의 내용처럼 등통은 황제의 종기를 아무렇지 않게 빨아낼 정도로 황제에게 아부했다. 표정을 숨기지 못한 태자는 등통을 원망하게 되었고, 이인자의 미움을 받았으니 앞길이 좋을 리가 없었다. 문제가 죽고 경제가 즉위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등통의 돈 관리에 부정이 있다는 고발이 들어와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등통은 남의 집에 얹혀살다가 죽고 만다.

 

권력자 주위에는 영행과 간신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사마천은 이런 영행이 그치지 않음을 탄식한다. <영행열전>을 쓴 의미도 후세에 대한 경계를 삼기 위함일 것이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기[66-2]  (0) 2026.03.07
사기[66-1]  (0) 2026.02.15
사기[64]  (0) 2026.01.31
사기[63]  (0) 2026.01.19
사기[62]  (0)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