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뒤처진 새 / 라이너 쿤체 본문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 뒤처진 새 / 라이너 쿤체
쭈뼛쭈뼛 바깥으로 밀려난 아이가 있었다. 앞에 서지 못하고, 중간에 끼지도 못하고, 가장자리에 겨우 자리를 잡고 부끄러운 듯 서 있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투명인간 같았던 아이였다. 오래된 흑백 사진첩에서 그 아이를 본다.
뒤처진 새를 기다리는 시인의 마음이 따스하다.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 남들과 발맞출 수 없다는 것 //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시인은 뒤처진 새에 자신을 겹쳐서 보고 있을 거다. 아파 보지 않고서 뒤처진 새에 눈길을 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자신의 작은 힘이나마 보내고 싶은 것이겠지.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렇게 고운 마음을 가진 시인을 알게 되어 고맙다. 라이너 쿤체(Reiner Kunze)는 독일 시인이다. 1933년 생이니 지금은 93세가 되셨겠다. 구동독 시절 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으로 동독작가동맹에서 퇴출된 후 서독으로 망명했다고 한다. 시인 스스로가 어릴 때부터 병약하면서 심성이 고왔고, 그래서 남들과 발맞추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것 같다.
시인의 다른 시다.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하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을 안내한다
마침내 끝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 두 사람 / 라이너 쿤체
함께 통과해 온 긴 여정의 끝에서 돌아본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기를, 나와 우리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