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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기쁨

낙화 / 조지훈

샌. 2026. 2. 3. 07:25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낙화 / 조지훈

 

 

조지훈 시인의 작품을 연속으로 찾아보게 된다. '완화삼' '승무'에 이어 이번에는 '낙화'다. 가슴을 저미게 하는 이 시들은 틈날 때마다 암송하며 즐긴다. 청록파 시인들의 서정성과 애상이 늙바탕에 들어선 내 마음 무늬와 잘 어울린다.

 

그래선지 이번에는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이라는 연이 귀하게 다가온다. 묻혀서 산다는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 현재도 마찬가지고, 아마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라 해도 좋겠다. 그걸 시인이 일깨워 주면서 내 마음에 따스하면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시를 향유하는 즐거움이라 하겠다.

 

* '우련'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특별히 가엾게 여김'이라 나와 있다. 한자로는 '優憐'이라 쓴다. 그런데 '우련하다'라는 형용사는 '빛깔이 엷고 희미하다'라는 뜻이다. '우련하게 붉다'가 무엇인지 감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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