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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단상

8000

샌. 2026. 3. 6. 11:09

블로그 글 수가 8,000개가 되었다. 일기 쓰듯 하루에 한 개를 올리니까 1,000개가 만들어지는 데는 3년 정도가 걸린다. 산술적으로 8,000개는 24년이 지난 게 된다. 블로그를 만든 해가 2003년이니 얼추 맞아떨어진다. 긴 세월이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와 블로그 틀에 큰 변화는 없다. '1일 1포스트' 원칙을 쭉 견지해 왔다. 집을 떠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을 때를 빼고는 꾸준히 뭔가를 끄적였다. 내가 나에게 이 점을 가장 칭찬해 주고 싶다. 블로그의 변화는 내 자신보다는 외부 환경이 달라져서 생겼다. 처음에 '한미르'에서 개설했는데 '한미르'가 없어지면서 '파란'으로 넘어갔고, 다시 '파란'이 없어지면서 지금의 '티스토리'로 강제로 이전되었다. 이사 과정이 스무스하지 못해 글과 사진들이 훼손된 게 아쉽다.

 

들리는 바로는 '티스토리'도 불안하다. 수익이 안 되는 블로그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동영상 업로드를 없애는 등 블로그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나가니 더 의심이 든다. 잘못하다가는 세 번째로 짐을 싸야 할지 모른다. 기업은 수익이 먼저라지만 공익성도 고려해 주면 좋겠다. 월 이용료를 받더라도 서비스를 잘해 주는 쪽을 택하고 싶다.

 

요사이 블로그는 돈에 오염이 되었다. 많은 블로거들이 수익을 얻기 위해 게시물을 만든다. 광고로 도배된 블로그는 수입이 조회수에 비례하니 서로 눈길을 끄는 경쟁을 한다. 내용보다는 겉포장이 중요하다. AI를 이용해 만든 글과 영상이 블로그를 더럽히며 챗봇으로 쓰레기 댓글을 살포한다. 모두가 돈 때문으로 파워 블로거가 되려는 이유다. 기업만 나무랄 수도 없다.

 

지금과 비교하면 초창기 블로그는 깨끗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 단계라 사진이 적었고 글 중심이었다. 블로그에는 수준 높은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천박해진 블로그 생태계에 실망해 훌륭한 블로거들이 많이 떠났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블로그 세계에서도 통하는 말이다. 자본주의 정신이 침투하면 어느 분야나 타락해지는 것 같다.

 

공짜로 글과 사진을 실어주니 포털이나 운영사에 감사한다. 하지만 블로그 관리에서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돈과 경제성의 논리 앞에서 블로그의 원뜻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blog)란 웹(web)과 로그(log, 기록)을 합친 말로, 개인이 자신의 생각/경험/정보를 글 형태로 정리해 인터넷에 게시하는 공간을 말한다. 공개하는 일기이기도 하다.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써의 플랫폼이 아니다. 티스토리도 내가 이사왔을 때의 그 티스토리가 아니다. 블로그 원래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쨌든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나의 블로그는 내 자존감의 바탕이다. 억지로 시켜서 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글 숫자 1만 개를 채우는 날이 올 것이다. 6년 뒤, 내 나이 여든 언저리가 되면 그날을 축하할 수 있겠지. 그때까지 블로그를 할 수 있다면 심신이 건강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차분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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