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사기[67] 본문
"어진 이의 행동은 도를 올곧게 실천하며 바르게 간언하고, 세 차례 간언해도 듣지 않으면 벼슬에서 물러납니다. 남을 칭찬할 때에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남을 미워할 때에는 원망을 돌아보지 않으며, 나라에 편리하고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것을 임무로 삼습니다. 그러므로 벼슬이 자기 임무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며, 봉록이 자기 공로에 알맞지 않으면 받지 않습니다. 바르지 못한 사람을 보면 그가 비록 귀한 지위에 있더라고 존경하지 않으며, 오점이 있는 사람을 보면 비록 그 사람이 높은 신분이라도 몸을 굽히지 않습니다. 벼슬을 얻어도 기뻐하지 않고, 벼슬에서 물러나도 원통해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으면 몸이 묶이는 치욕을 당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 사기(史記) 67, 일자열전(日者列傳)
일자(日者)란 옛날에 길흉을 점쳤던 사람을 가리킨다. 지금으로는 역술가에 해당한다. 고대에는 점이 성행하여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사안에도 이런 일자들이 개입했다. 이 편에서는 초나라 일자였던 사마계주(司馬季主)가 나온다.
당시 고위 관리였던 송충과 가의가 숨은 현자를 찾기 위해 사마계주를 찾아간다. 사마계주는 시장 구석에서 점을 보고 있었는데 일월성진 운행 원리에 따른 길흉의 징험을 얘기하는데 한 마디도 틀린 것이 없었다. 둘은 사마계주를 천거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그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일장연설을 듣고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위 내용은 관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에 대한 사마계주의 말 중 일부다. 타락한 세태를 꾸짖는 내용이 많다.
역술가 중에는 혹세무민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가 있지만 사마계주처럼 천지의 원리와 인의에 따르는 바른 이도 있다. 사마계주의 말을 들어보면 그의 철학은 노장 사상과 통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담백하며 지족(知足)하는 도가의 풍모가 사마계주에게서 보인다. 사마계주는 단순한 점술가가 아니라 세상을 꿰뚫어보는 현인이었던 것이다. 두 관리가 사람은 바로 찾아갔으나 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송충은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죄를 짓게 되었고, 가의는 양나라 왕의 측근이 되었으나 왕이 죽자 슬퍼하다가 굶어 죽고 말았다. 권력을 향한 집착은 타 죽을 줄 모르고 뜨거운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부나방 같은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