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낮에 나온 반달 / 윤석중 본문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갈 때
치마끈에 달랑달랑 채워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쪽 발에 딸깍딸깍 신겨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 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 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곱게 빗겨줬으면
- 낮에 나온 반달 / 윤석중
'낮에는 해, 밤에는 달'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낮에 달을 볼 수 있다는 걸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다. 동요 '낮에 나온 반달'을 노래하지만 실제 그 달을 본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사실 달은 낮이고 밤이고 하늘에 떠 있다. 때로는 낮에, 때로는 밤에. 낮의 경우는 밝은 하늘이나 구름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나는 하늘을 자주 쳐다보는 편이다. 파란 하늘색이 좋아서이고, 흘러가는 구름에 홀려서다. 일부러 달을 찾으려는 건 아니나 어쩌다 낮달을 볼 때가 있다. 낮달은 밤에 뜬 달과는 다른 애잔함과 쓸쓸함이 있다. 그래서 윤극영 선생의 '반달'이 나왔을 것이다. 망망대해를 떠도는 조각배를 연상하는 노래다.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윤석중 선생의 '낮에 나온 반달'은 윤극영 선생의 '반달'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하나는 따뜻하고, 다른 하나는 애상이 깊다. 낮달을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흥얼거리는 것은 '낮에 나온 반달'이다. 순수하고 깨끗한 동심이 표현되어 좋다. 할머니, 아기, 누나를 향한 마음씨가 곱다. 이런 동요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세상이 얼마나 따스해질 것인가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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