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음주5 / 도연명 본문
사람들 사는 곳에 오두막 지었건만
그럼에도 수레 소리 시끄럽지 않네
그대에게 묻노니, 어찌 그럴 수 있는가
마음이 멀면 사는 곳도 외져진다네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꽃을 따며
느긋이 남쪽 산을 바라보네
산기운이 아름다운 해질 무렵
새들이 짝을 지어 돌아오네
이 가운데 참된 뜻이 있구나
설명하려 해도 이미 말을 잊었네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此中有眞意
欲辨已妄言
- 飮酒5 / 陶淵明
도연명의 '음주(飮酒)' 연작시 중 다섯 번째 편이다. 아마 도연명의 시 중에서 제일 유명하지 않나 싶다. 내가 한자 원문으로 외울 수 있는 시이기도 하다. 어제도 화선지를 펼쳐놓고 붓으로 이 시를 마음 내키는대로 써 봤다.
도연명의 시에는 중국의 다른 시인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감정의 과잉 상태가 덜 해서 좋다. 도연명이 즐긴 전원생활은 이 시에 나타난 대로 세상을 품은 은둔이었다. 의식이 깨어남으로써 - 마음을 비움으로써 -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정신의 자유를 얻게 된다. 그것이 '심원(心遠)'이라는 말에 잘 드러나 있다.
다섯째 행의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를 나는 이때까지 시인이 한 송이 국화꽃을 꺾어들고 감상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채국(採菊)'이 생계를 위한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이 이번에 들었다. 동쪽 울타리 아래에 국화밭이 있고 꽃을 따서 수입을 삼는 노동으로 보인 것이다. 왜냐하면 '재인경(在人境)'으로 세상 속에 들어간 그가 마냥 신선 노릇만 하지는 않았으리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이 시가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다.
어쨌든 참 느낌이 좋은 시다. 마지막 행처럼 나 역시 이 시에 사족을 달기에는 말문이 막힌다. 그저 고개가 끄덕여질 뿐이다. 시인이 품은 '진의(眞意)'의 세계를 흐릿하게나마 감지하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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