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김영랑 본문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 김영랑
두 달 전 강진에 갔을 때 김영랑 생가를 찾았었다. 잘 정리된 생가 안팎에는 시인이 남긴 시 여러 편이 게시되어 있었는데 집 담 앞에는 이 시가 적힌 시비가 있었다.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
돌 아래 우슴 짓는 샘물가치
내 마음 고요리 고흔 봄길 우에
오날 하루 하날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붓그럼가치
詩의 가슴을 살프시 젓는 물결가치
보드레한 에매랄드 얄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보라보고 십다
1930년에 발표된 글 그대로가 더 정감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제목이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로 되어 있다. 훗날 왜 첫 제목과 다르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봄이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봄볕이 따사로울 때 야외에 나가면 이 시를 자주 음송할 것 같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때지만 이 시를 읊기만 해도 봄 햇발이 내 몸을 간질이듯 감싸는 것 같다.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