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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일상

옛 정든 곳을 찾아가다

샌. 2026. 4. 3. 07:53

1980년대 초반에 장안동에 있던 M중학교에서 근무를 했다. 45년 전이었다. 옛 동료 셋과 만나 그때의 직장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중랑천에서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어 꽃구경도 겸했다.

 

학교 건물은 그대로지만 중학교는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초등학교로 되어 있다. 도시의 초등학교지만 학교는 의외로 썰렁했다. 옛날 같으면 운동장에 아이들로 바글거리고 있을 터였다. 구내를 한 바퀴 돌며 옛 추억을 나누었다. 20대에 만난 우리들이 이제는 60대와 70대가 되어서. 

 

 

개화가 빨라 벚꽃이 한창이었고, 바람이 불면 꽃잎이 하롱 하롱 춤추듯 땅으로 흩뿌렸다. 꽃이 핀다는 것은 곧 떨어질 것이라는 약속에 다름 아니다. 완성은 소멸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찬란한 슬픔'이라고 말했던가.

 

 

당시에 심은 벚나무였는데 그 사이에 이만큼 자랐다. 늙어서 예전만큼 꽃이 풍성하지 않다고 한다. 

 

 

그때는 막 결혼해서 면목동에 살았는데 학교에는 둑방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당시에 살던 집을 찾아가 보았는데 너무 많이 변해서 정확한 장소를 특정할 수 없었다. 그나마 면목시장 앞 오거리에서 들어가는 골목, 놀이터는 눈에 익었다. 이렇듯 남아 있는 게 얼마나 고맙던지.

 

 

장한평역 부근 일식집에서 점심으로 먹은 초밥 세트가 아주 맛있었다. 사케를 반주로 곁들였다. 

 

 

도시는 어느 지역이든 너무 많이 변해서 옛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옛날에는 주거 형태가 단독주택이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아파트나 빌라촌으로 변했다. 옛 추억을 따라 찾아가보지만 풍경은 휑 하고 세월의 무상만 확인한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걸은 걸음이 23,000보가 되었다. 한 해에 2만 보 넘는 걸음이 다섯 손가락 안으로 꼽힐 텐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그래도 피곤한 줄 모르겠다. 옛 감성 코드가 에너지를 샘솟게 한 모양이다. 아련한 추억 속을 거닌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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