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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단상

마라톤 두 시간 벽이 무너지다

샌. 2026. 4. 28. 09:29

마라톤에서 인간 육체의 한계라던 두 시간 벽이 무너졌다. 그저께 4월 26일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S. Sawe)가 1시간 59분 30초로 결승 테이프를 끊으며 세계 신기록을 작성함과 동시에 마의 두 시간 벽을 깼다. 종전 기록은 2023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킵툼이 기록한 세운 2시간 35초였다. 무려 65초나 단축한 것이다.

 

사실 킵툼이 두 시간에 근접했을 때 이 벽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비공식 기록이었지만 킵툼은 두 시간 안에 들어오기도 했다. 기대를 받은 킵툼은 불행하게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서브2(마라톤에서 2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가 언제 누구에 의해 깨지느냐가 궁금했다. 다행히 이번 런던 마라톤은 날씨 등 여러 여건이 잘 맞아떨어졌다. 

 

 

말이 두 시간이지 정말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100m로 환산하면 42.195km를 평균 17초로 두 시간 동안 계속 뛰어야 한다. 내가 한창 팔팔할 때조차 100m를 과연 17초에 달렸던가도 의문이다. 100m 달리고서도 숨을 핵핵거렸다. 이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다. 더구나 사웨는 마지막 10km 구간을 16초대로 달렸다. 뒤로 갈수록 더 빨라진 것이다.

 

중학생일 때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다. 얼마나 잘 뛰는지 별명이 '아베베'였다. 지역 달리기 대회에서는 늘 1등이었고, 도 대회에 단골로 출전했다. 입상 메달로 자주 받았다. 그런 친구지만 전국 대회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하물며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의 수준은 오죽하랴 싶다. 모든 분야에서 그럴 것이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계(神界)에서 노니는 특출한 인물들이 있다.

 

나는 마라톤 중계 보는 걸 좋아한다. 고통을 인내하며 달리는 고독한 질주가 인생과 닮아서일까. 앞서가는 선수이든 뒤처진 선수이든 힘내라고 응원하며 애잔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내가 달리는 것처럼 가슴이 콩닥거린다.

 

인간의 육체 능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릴 때 마라톤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종 기록은 1시간 58분 50초대라고 어느 과학자가 분석했다. 그러나 사웨 같은 기세라면 그마저도 넘어설 것 같다. 그는 골인하고 나서도 지친 기색 없이 쌩쌩했다.

 

현재 세계 마라톤은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축으로 한 아프리카 선수들이 휘어잡고 있다. 타고나는 DNA는 어찌할 수 없는가 보다. 우리나라는 이봉주 선수가 2000년에 도쿄 마라톤에서 작성한 2시간 7분 20초가 최고 기록이다. 26년째 깨지지 않고 뒷걸음만 치고 있다.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그런 장면은 이제 다시 못 볼 것 같다. 2026년 4월 26일은 마라톤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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