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소음 지나니 누수 본문
윗집 소음으로 10년 넘게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금은 그 집도 아이들이 자라 10대 후반이 되었으니 철없이 뛰어다니던 시끄럼이 덜해졌다. 밤늦게 활동하는 올빼미 성향은 여전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받는 일은 확 줄었다. 예전에 비하면 천국 같다.
소음에서 벗어나니 이번에는 물이 말썽이다. 작년부터 화장실 천정에서 누수가 생긴 것이다. 어디 고였다가 넘치는지 30초 정도 떨어졌다가는 조용해진다. 하루에 두세 번 정도 그런다. 기술자가 몇 명 왔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누수량이 적어서 탐지하기가 어렵단다. 아파트에서 천정 누수는 윗집 책임이라고 관리소에서는 말한다. 윗집에서도 협조를 해 주고는 있지만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다. 원인 파악을 못하고 있으니 그저 지켜보고만 있는 상태다.
건물도 사람 몸과 비슷하다. 천정을 열어보니 여러 관들이 얽혀 있는 게 마치 혈관 같다. 고장은 났는데 어디 때문인지 진단이 안 된다. 사람 몸도 그런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제일 답답하다. 얼마 전에 동서가 아팠다. 병원에 가서 종합 진단을 받았으나 이상이 없단다. 본인은 미칠 노릇일 것이다. 탈은 났는데 원인을 모르니 손을 댈 수 없다. 몸이나 건물이나 마찬가지다.
과학이 발달한 세상이지만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단순해 보이는 사안조차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다. 건축업이나 병원이나 마찬가지다. 소행성에 우주선을 앉히고 달에 사람을 보내는 세상인데 배관에서 새는 물 하나 탐지하지 못한다. 조그만 사람 몸에서 생기는 두통의 원인을 파악하는데도 힘겨워한다.
누수가 심하다면 천정을 뜯던지 어떻게든 해서 고쳐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찔끔찔끔 떨어지니 무턱대고 대공사를 하기도 그렇다. 바닥을 뜯었다가 헛다리를 짚은 지인 집도 있다. 좀 더 지켜보자, 하며 지내고 있다. 전문가도 쩔쩔매는데 난들 도리가 없다.
소음이 가라앉으니 물이 문제를 일으킨다. 어찌 된 집인지 조용할 날이 없다. 나와 궁합이 안 맞는 집인가 보다. 그렇다고 박차고 나갈 수도 없고, 지켜보고 달래며 살 수밖에 없을 일이다. 늙어가는 내 몸도 그러하듯이. 늘 시끌시끌하고 걱정거리가 이어지는 게 인생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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