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왜 일상을 전시하는가 본문
얼마 전에 라디오를 듣다가 현대인이 SNS로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심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담을 들었다. 결론이 난 것은 아니고 잡담 비슷한 가벼운 견해가 오고간 자리였다. 나도 블로그를 하면서 일상의 한 부분을 드러내고 있기에 관심 있게 들어보았다. 그들이 말하는 SNS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X 등이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상호작용을 하는 성질이 강한 것들이다. 그에 비하면 블로그는 소통보다는 기록성이 강한 편이다.
인간의 본성과 SNS가 잘 맞는다는 데 대담자의 의견이 일치했다. 첫째, 인간은 재미를 추구하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을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고 부르기도 한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후천적 습성에 길들여지지 않은 어린아이들의 일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어른이 되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사유나 노동보다는 놀이/유희가 인간의 본원적 특징이라고 한다. 문명은 놀이 속에서 생겨나고, 놀이로서 발전해 왔다. 따라서 SNS는 어른들의 즐거운 놀이터라는 설명이다.
둘째, 인간에게는 타인에게서 인정 받고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관심을 받지 못하면 시들어간다. 관심을 끄는 데는 SNS만큼 적절한 도구가 없다. 사진이나 글을 올리면 수많은 사람들한테 전달되고 반응이 따른다. 다른 사람에게 주목을 받는다. 이게 지나치면 관종이 된다. 어떤 사람을 보면 자기를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같다.
셋째, 기록 욕구와 함께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이다. 대담자들이 사소하게 다루었지만 나로서는 제일 중요한 동기로 생각한다. 내가 블로그를 하는 동력도 여기에 있다. 물론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재미가 없었다면 20년 넘어 줄기차게 블로그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나는 내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계속 던질 수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은 나에게는 부수적일 뿐이다.
SNS가 활성화된 데는 현대인의 삶이 그만큼 재미가 없다는 반증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SNS의 흥성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현실이 아닌 사이버 세상에서 현존감을 느낀다는 게 아이러니다. 자신의 인생이 볼 품 없지 않다는 것을 SNS를 통해 꾸며서라도 보여주고 싶은지 모른다. 그러나 과시와 허영의 끝은 다욱 씁쓸할 것이다.
나는 왜 블로그를 통해 내 일상을 전시하려 하는가? 위에서 나온 이유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세번 째 이유가 제일 크다고는 하나 다른 것도 무시하지 못하겠다. 나는 내 블로그를 '보여주는 일기'라고 부른다. 일기라면 자물쇠를 채운 서랍 속에 둬야지 누구라도 보라고 왜 책상 위에 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공개와 비공개에는 장단점이 있다. 블로그는 세상을 향해 손짓하는 나만의 몸짓이라고 나는 여긴다.
올 들어 배운 캘리그래피로 사진에 글씨를 입히는 장난을 쳐보고 있다. 새로운 놀거리를 발견했다. 찍어둔 사진을 활용하면서 글씨 연습을 하는 이중의 효과가 있다. 지난달부터 카톡 게시물에 재미 삼아 올리고 있는데 의외의 결과를 낳고 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사람들과 이 게시물을 매개로 연결이 된 것이다. 20년 만에 연락이 재개된 옛 지인과는 반가운 통화도 했다. 작은 사진 몇 장이 가져온 선물에 놀란다. 사이버 세계가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현상을 실감하고 있다.
대담자들은 우리 사회를 '전시사회(展示社會)'라고 불렀다. 모든 SNS는 "나 여기 있소" "날 좀 봐 주세요"라는 갈급한 외침이라고 할까. 내 블로그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일상을 전시하는 행동의 근저에는 현대인의 관계의 목마름을 말해주는지 모른다. 내 블로그나 카톡 또한 무수하게 난무하는 가여운 '소리 없는 아우성' 중 하나일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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