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어디 나를 놓고 오지도 못하고
이 고생이구나
나를 떠나면
두루 하늘이고
사랑이고
자유인 것을
-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 정현종
아무개가 선사(禪師)를 찾아가 불법을 물었다. 선사가 말했다. “방하착(放下着)!”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아무 것도 가져온 게 없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면 다시 짊어지고 가거라!” 깨달음은 한 순간에 찾아왔다.
인간사 모든 문제는 내 마음에서 일어난다. 다들 자신이 만든 마음의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낑낑거리며 힘들어한다. 돈, 명예, 성공, 체면, 과거의 아픈 기억 등 집착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스스로 차꼬를 차고 고생하고 있는 꼴이다.
어디 우산을 놓고 오듯 ‘나’라는 물건도 쉽게 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가벼워질 것인가. 나비처럼 푸른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사람은 “방하착!”, 한 마디에 자유를 얻었다는데 미련한 이 중생은 어찌 할꼬?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더욱 움켜쥐려고만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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