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무언으로 오는 봄 / 박재삼

샌. 2010. 4. 6. 16:10

뭐라고 말을 한다는 것은

천지신명께 쑥스럽지 않느냐

참된 것은 그저 묵묵히 있을 뿐

호들갑이라고는 전연 없네

말을 잘함으로써 우선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그 무지무지한

추위를 넘기고

사방에 봄빛이 깔리고 있는데

할 말이 가장 많은 듯한

그것을 그냥

눈부시게 아름답게만 치르는

이 엄청난 비밀을

곰곰이 느껴보게나

 

- 무언(無言)으로 오는 봄 / 박재삼

 

시끄럽고 어수선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봄은 왔다. 말없이 묵묵히 가까이 왔다. 집 뒤 응달의 개나리도 봄물이 들기 시작했다. 가지에 찍힌 노란 점들이 애틋하고 눈물겹다. 널 보면 왜 자꾸 한숨이 나오는지..... 심신이 지쳐가던 이때에 다행히 며칠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내일부터는 봄을 만나러 가까운 산에라도 들어가봐야겠다. 온갖 소음으로 들끓는 내 마음도 조금은 진정될 수 있을까. 그런데 가장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을 아무런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말없이 치러내는 너는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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