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고향으로 내려가는 설날 귀향길에 올해는 톨게이트에서시낭송 CD를 나누어주었다. 솔직히 4대강이나 세종시 홍보물을 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의외였다. 덕분에 시와 함께 하는 고향길이 되었다. 아는 시가 나오면 반가웠고, 더구나 시인의 육성으로 들으니 더욱 좋았다. 가슴이 울컥해지는 시가 몇 편 있었는데 이 시도 그중의 하나였다.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삶의 우여곡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이 시를 처음 만난 것은 바오로딸 수녀님들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가사가 참 좋다고 생각했는데 뒤에 알고 보니 도종환 님의 이 시였다. 삶이 납덩이만큼 무거워질 때 이 시를 떠올리면 무언가 따스한 위무의 손길을 느끼게된다.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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