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그 기쁨의 순간들은 / 심호택

샌. 2010. 2. 2. 10:43

도대체 어디로 날아갔나

그 기쁨의 순간들은

 

살구철이 지난 어느 날

우거진 잎새 사이에서

얼핏! 샛노란 살구 하나 찾아냈을 때

 

고구마 캐낸 빈 밭에서

무심코 쟁기질 뒤따르는데

덜렁! 고구마 한 덩이 뒤집혀 나올 때

 

사정없이 가슴이 콩당거리던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 그 기쁨의 순간들은 / 심호택

 

신문에서 시인의 부음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밤중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운명하셨다고 한다. 시인의 시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시인은 유년 시절의 동심을 그립도록 아름답게 묘사해 내는 솜씨가 뛰어나셨다. 특히 '그만큼 행복한 날이'는 가슴을 울리는 절창이었다.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어머니 나를 가르치며

잘못 가르친 것 한 가지

일꾼에게 궂은 일 시켜놓고

봐라

공부 안 하면 어떻게 되나

저렇게 된다

똥지게 진다

 

- 똥지게 / 심호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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