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사기[68] 본문
무릇 책(策)을 두 손으로 받들어 길흉의 수를 정하고 거북을 구워 그 징조를 살피는 일은 변화가 무궁하다. 그 때문에 어진 사람을 뽑아 점치게 하였는데, 이것이야말로 성인이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강남에 갔다가 점치는 것을 보고 그곳 장로들에게 물으니 '거북은 천년을 살면 연꽃잎 위에서 놀고, 시초는 한 뿌리에 100개의 줄기가 올라온다. 또 시초가 있는 곳에는 호랑이와 이리 같은 짐승이 살지 않고 독초나 쏘는 풀도 나지 않는다. 강수 가에 있는 사람들은 흔히 거북을 길러서 잡아먹는데, 혈액 순환을 좋게 하고 원기를 보충하여 늙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는데 어찌 믿지 못하겠는가?
- 사기(史記) 68, 귀책열전(龜策列傳)
거북이[龜]와 시초[策]로 점을 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고대 중국에서는 거북이 껍질을 불에 구웠을 때 생기는 선들의 모양이나, 시초라는 풀 줄기를 가지고 점을 쳤다. 시초가 어떤 식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뿌리에서 백 개의 줄기가 올라온다고 한다. 왜 하필 거북과 시초일까는 인용한 글에 잠깐 나온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둘 다 신령한 생물로 여겨지고 있었던가 보다.
옛날에는 왕실에서건 민간에서건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꼭 점을 쳐서 결정했던 것 같다. 전쟁을 하느냐 마느냐 같은 국가 중대사일 수록 더 했다. 이런 일을 맡아보는 전문 관리도 있었다. 인간의 무지와 겹쳐져서 정보가 부족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게 이해는 된다. 요사이도 번성하는 점집을 보면 당시는 오죽했으랴 싶다. 점은 불확실한 미래를 앞에 두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 심리적 안정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뒤집어쓰기 싫어서일지도 모른다.
이 '귀책열전'에는 복서의 역사와 점 치는 방법이 설명되어 있다. 사마천이 살던 한 무제 시절에도 점이 성행했지만 사마천은 일말의 의심을 두고 있는 듯도 하다. 천지 대사가 그런 식으로 결정된다는 것에 지성을 갖춘 이라면 누구나 의문을 품지 않겠는가. 거짓에 미혹되는 것은 현대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