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브레이브 원 본문

폭력물을 좋아하지 않는데 굳이 본 것은 조디 포스터가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해서였다. 특정 배우에 끌려 영화를 고르는 경우는 드문데 조디 포스터는 달랐다. '콘택트'와 '양들의 침묵'에서 본 그녀의 인상이 남아있어서다. 이지적이며 냉철하고 시크한 느낌이 좋았다. 섹스 어필하는 여배우들과는 다른 결이었다.
'브레이브 원'은 2007년에 개봉되었으니 20년 가까이 되었다. 뉴욕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일하던 에리카는 약혼자와 함께 밤거리를 산책하다가 불량배의 습격을 받고 약혼자는 살해 당한다. 에리카도 중상을 입은 채 대수술을 받고 깨어난다. 이때부터 그녀의 인생이 달라진다. 경찰에 맡기기보다 직접 복수와 응징에 나선 것이다.
진부한 내용이랄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에리카 내면의 변화와 고민을 밀도있게 보여주는 점에서 단순한 복수극과는 다르다. 빠른 화면 전개와 연속되는 사건으로 몰입도가 높다. 에리카를 의심하고 추적하는 형사와의 미묘한 줄다리기도 긴장감을 준다. 총을 든 조디 포스터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과연 결말이 어떻게 날지 궁금했다. 내 나름대로는 에리카가 복수를 완결하고 비장한 최후를 맞지 않을까 예상했다. 형사에게 'goodbye'라고 마지막 문자를 보낼 때는 확신했다. 그런데 동화 같은 끝맺음이어서 조금은 허탈했다. 감독은 에리카를 죽이지 않고 둘을 맺어주고 싶은 마음이 컸었나 보다.
개인적인 복수가 불법이지만 정의 구현이라는 측면 또한 존재한다. 대중들은 영화를 통해서나마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현실에서는 정의 실현이 너무 느리고 답답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가해자가 도리어 떵떵거리기도 한다. 에리카는 용감하게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럼에도 에리카가 통쾌하게 여길 것 같지는 않다. 새롭게 변할 에리카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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