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눈물 한 방울 본문
'이어령의 마지막 노트 2019~2022'라는 부제가 말하듯 선생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쓰신 일기 형식의 글이다. 선생은 '낙서'라고 명칭하셨다. <눈물 한 방울>은 죽음을 앞두고 남긴 한 인간의 진솔한 기록이다. 선생이 남긴 마지막 육필도 볼 수 있다.
죽는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은 그 정신을 우러르고 싶다. 쇠해가는 육체와 정신, 그리고 질병의 고통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며 기록한다는 것은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평생을 인간의 이성과 그 이성이 이룩한 문명을 신뢰한 선생은 생의 마지막에는 '눈물 한 방울'로 돌아왔다. 눈물 한 방울은 개인에 국한된 단순한 연민이나 슬픔의 감정이 아니라 인간성의 가장 소중한 부분이다. 인간 사회를 지탱해 주는 핵심인지도 모른다. 서로에 대한 관계 가운데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으로서의 눈물 한 방울이다. 선생이 생의 최후에 깨달은 것은 이런 따뜻함이었다고 이해한다.
숙연하게 읽은 책의 몇 구절이다.
죽음은 마지막인데도 그것을 나타내는 말은 겨우 시드는 것, 가라앉는 것, 힘이 빠지고 가물거리는 것, 아무리 찾아봐도 극적인 말이 없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내 마음은 흔들린다. 살고 싶어서.
감사합니다. 코를 푼 휴지가, 클린샷. 네이트 아치볼트가 던진 농구 볼처럼 휴지통에 들어갔네요. 그래서 기뻤습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루 종일.
옛 책 생각이 나 꺼내 읽다가
눈물 한 방울
너도 많이 늙었구나(낡았구나).
"나는 늙고 너는 낡고"
또 만나, 라는 말에
눈물 한 방울
언제 또 만날 날이 있을까?
콧물 닦다가
눈물 한 방울
어머니의 손
또 하루 간다
눈물 한 방울
아침밥 먹고 점심밥 먹고 저녁밥 먹고
아무도 내 아픔을 모른다. 혼자 아프다.
암 선고를 받고 난 뒤로 어젯밤에 처음 어머니 영정 앞에서 울었다. 통곡을 했다. 80년 전 어머니 앞에서 울던 그 울음소리다. 울고 또 울었다. 엉엉 울었다.
한 획이라도 글씨를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자.
불을 켜놓고 처음 잠을 잤다. 밤이 무섭다.
이제는 내 손으로라도 끝내자. 참을 수 없는 밤들을 더 기다리지 말고 그 밤을 찢어버리자. 내 손으로 이제는 밤이 없도록, 어느 저녁노을을 아침노을이라 생각하고, 서쪽을 동쪽이라 생각하고, 이제 엎드려 절 한 번 하고 떠나자. 지겨운 남은 밤들을 떠나자.
이제 떠납니다. 감사합니다. 내 낙서도 여기에서 끝납니다. 맞춤법 스트레스에서 벗어납니다. 안녕. (2021. 12. 30. 아침)
누구에게나 마지막 남은 말, 사랑이라든가 무슨 별 이름이라든가, 혹은 고향 이름이든가? 나에게 남은 마지막 말은 무엇인가? (2022. 1. 23.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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