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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본느낌

안개 낀 시절

샌. 2026. 6. 9. 10:27

 

넷플릭스에서 본 대만 영화다. '안개 낀 시절'은 1950년대 대만 장개석의 독재 정권 치하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희생과 가족들의 고통을 소재로 한 영화다. 우리나라의 사정과 닮아서 공감이 갔다.

 

아웨라는 소녀가 주인공이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체포된 오빠가 총살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아웨는 오빠의 시신을 찾으러 긴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자오공다오라는 인력거꾼을 만나 도움을 받는다. 영화에서는 아웨와 함께 자오공다오라는 캐릭터가 눈에 띈다. 가난한 인력거꾼이지만 선하고 낙천적인 성격의 인물이다. 자오공다오는 범죄자로 몰리면서도 아웨가 오빠 시신을 찾은 일을 도와준다. 자오공다오가 없었다면 아웨는 나쁜 길로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둘은 늙어 우연히 병원에서 재회한다. 자오공다오는 25년 간 복역한 후 쓸쓸히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웨 오빠의 옛 시계를 돌려주며 미련 없이 떠나간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인간 내면의 선성(善性)임을 믿는다.

 

이 영화에서는 오빠가 들려주는 물방울 동화가 가슴을 울린다. 

 

강에 사는 두 물방울이 있었어. 둘은 매일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저 높은 곳의 세상은 어떨까 부러워했어. 구름이 된 쯔위가 강에 있는 아비에게 말했어. 

"빨리 와. 나랑 같이 가자. 우리 함께 세계여행을 하기로 했잖아."

강에 있는 아비가 말했어.

"날 기다리겠다고 약속해."

오후가 되도록 아비는 구름이 되지 못했어. 하늘의 구름은 노을에 붉게 물들었지. 아비는 아름다운 노을빛 구름을 보며 쯔위를 부러워했어. 구름이 밋밋한 하늘을 화려하게 만들었으니까.

다음날 아침, 아비는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걸 느꼈어. 계속 위로 떠올랐지.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 친구와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들떴어. 하늘을 도화지 삼아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릴 거라고 생각했어. 아비는 수증기가 되어 몇 미터쯤 천천히 떠올랐어. 그런데 아비는 자기가 구름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아비는 구름 대신 짙은 흰 안개가 된 거야.

하얀 구름 하나가 지나갔어. 아비는 구름에게 말했어.

"내 친구 쯔위를 만나면 말 좀 전해줘. 나는 안개가 되었다고. 만날 수 없게 되었다고."

구름이 말했어.

"네 친구는 어제저녁에 비가 되어 태평양에 떨어졌어."
"쯔위가 돌아올까?"

"아니. 쯔위는 자기 사명을 다했어."

"사명?"

"언젠가, 어딘가에서 풍경의 일부가 되는 것. 우리는 모두 풍경의 일부일 뿐이야. 그게 아니면 뭐겠어?"

구름은 미소지으며 떠나갔어. 안개는 몹시 속상했어. 구름이 되지 못해 슬펐지. 비참했어. 안개의 기분이 어떻든 상관없이 때가 되자 안개는 흩어져버렸어. 결국 그가 되고 싶었던 그 풍경의 일부가 되지 못했지.

 

오빠는 동화를 통해 좌절된 자신의 꿈과 심경을 아웨에게 말한 것이리라. 동시에 아웨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도. 우리는 모두 풍경의 일부분인 것을, 구름은 구름대로 안개는 안개대로 큰 풍경의 일부면서 한 몸인 것을. 

 

영화 '안개 낀 시절'은 암담했던 시절을 서정성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영화의 마지막 멘트는 '그 시대 모든 구름과 안개에 헌사합니다'이다. 풍요의 시대를 사는 지금 우리들, 그 시대 모든 눈물과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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