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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일상

용두회의 남한산성 걷기

샌. 2026. 6. 12. 10:11

용두회의 6월 월례 걷기는 남한산성이었다. 남문에서 출발한 다섯 친구들과 달리 나는 행궁에서 바로 수어장대로 올라 합류했다. 버스 도착 시간이 일치하지 않아서였다.

 

지난번에 알아둔 행궁 담길로 해서 올랐다. 새로운 각도에서 행궁을 관찰하면서.

 

 

호젓하게 걷는 이런 길이 좋다. 백석의 '흰 바람벽이 있어'를 암송하며 느릿느릿 걷다.

 

...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수어장대 앞에서 보이는 서울 시내, 햇볕 속에서 시야는 흐릿했다.

 

 

두부집에서 점심을 했는데 나는 술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 엄살을 섞어 지난주의 폭주 후유증을 말하고 금년 동안은 금주를 선언했다. 이젠 술을 권하지는 않을 터이다.

 

 

술을 안 마시니 깔끔했다. 달뜬 기분을 앗기긴 하지만. 버스를 타고 성남으로 내려가서 '오라버니' 당구장을 찾아갔으나 폐업을 했다. 장사가 안 되었나 보다. 다른 당구장에 갔으나 오후 동안 당구를 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분위기도 지저분했다. 수익이 안 나니 시설에 투자를 못하고 그러니 손님이 찾지 않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된다. 어느 분야든 잘 되는 데는 잘 되고, 안 되는 데는 안 된다. 양극화가 자꾸 심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높고 낮음의 균형을 잘 맞추어나가는 게 정치인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당구를 오래 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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