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혹등고래의 눈 본문
고래 자료를 찾아보다가 혹등고래의 눈을 찍은 사진을 보고 숨이 멎는 듯했다. 프랑스의 레이첼 무어(Rachel Moore)라는 사진작가가 고래의 눈을 초근접으로 찍은 사진이다. 해양 탐험가이자 프리다이버인 무어는 바닷속 생명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공기통 없이 잠수해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이 날도 한 혹등고래를 만났는데 고래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커다란 눈을 무어의 코 앞까지 가져다 대며 바라보더란다. 그리고 인간과 고래는 5분 동안 서로 눈맞춤을 하며 있었다고 한다. 무어는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바다에서 수많은 생명체를 만났지만 이렇게 '평화로운 시선'은 처음이었어요. 너무가 경이로워 숨쉬는 것조차 잊을 정도였습니다."

고래 눈에도 흰자위와 검은자위가 있다. 원형의 신비한 비치색 안에는 해저산맥 같은 지문이 도드라져 보인다. 넓은 호수 같기도 하고 바다 같기도 하다. 오래 들여다보면 그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고래는 인간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고래의 강렬한 눈빛이 신비하면서 경이롭다.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덩치가 큰 생명체지만 온순하고 인간 친화적인 동물이다. 같은 포유류여서 그런 걸까, 서로 통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앞으로 AI가 초능력에 근접하도록 진화한다면 고래의 노래를 알아들을 수 있을까. 고래가 인간을 어떻게 보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해독할 수 있을까. 인간과 고래, 다른 종과의 대화도 가능할까. 우리가 자연을 보는 시각에 천지개벽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자연과 우주의 신비에 빠져들게 하는 혹등고래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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