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내밀 예찬 본문

읽고본느낌

내밀 예찬

샌. 2026. 7. 11. 10:08

젊었을 때는 성격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내향성에서 탈피할 수 있는지 온갖 시도를 해 보았다. 하나 같이 실패했다. 도리어 벽은 더 높아만 갔다. 중년이 되어서야 주어진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내린 성격은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포기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내밀 예찬>은 내 구미에 딱 맞는 책이다. 부제가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으로 지은이는 김지선 작가다. "그래 맞아, 이건 내 얘기야"라며 많이 흐뭇해했다. 같은 과를 만나게 되면 낯선 외국의 거리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힘들어하는 동지가 있다는 건 위로가 된다.

 

'예찬'이라는 말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늙을수록 점점 더 그러하다. 어울리고 나대기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내향성의 조용한 노인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 늙어서는 혼자서 즐길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내향성의 사람들은 즐거움을 밖에서 찾기보다 안에서 찾는다. 코로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걸 봐서 이 책은 코로나 시기에 쓰인 것 같다.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어떤 유형이 빛을 발하겠는가. 그래서 <내밀 예찬>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젊었을 때는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내 성격을 이제는 사랑한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나만의 시간을 이젠 마음껏 누릴 수 있으니 내 노년을 또한 사랑한다. 아마도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닌가 싶다. 스트레스와 압박을 덜 받는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그렇다. 물론 육체적 정신적 기능은 쇠퇴하고 있다. 이 역시 사실보다는 받아들임의 문제이니 내향인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다. 노년이 지루하다고 투덜대지 않는다. 내향인은 내면에 자족(自足)의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인간은 '나를 혼자 좀 내버려둬'와 '혼자 두지 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존재다. 극단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사람은 드물고 수시로 양쪽을 왔다갔다 하며 살아간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욕구와 함께 드러내고 싶은 욕구도 가지고 있다. 내향성인 나에게도 '나도 좀 봐줘'라는 아우성이 분출한다. 매일 블로그를 여는 것도 그런 욕구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함에도 '혼자 좀 내버려둬'가 '혼자 두지 마'보다 백 배는 강하다. 지은이는 내밀함을 이렇게 정의한다.

 

"내밀함이란 나만의 고유한 세계가 있음을 이해받고, 자기가 원하는 정도와 방식으로 서로의 세계에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읽고본느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 같은 나무 하나쯤은  (0) 2026.07.07
이 별에서의 이별  (0) 2026.07.04
은빛 물고기  (0) 2026.06.28
읽을, 거리  (0) 2026.06.19
안개 낀 시절  (0) 2026.06.09